5화. 설악, 낯선 기류의 시작
토요일 아침 9시.
설악산 입구.
하얀 눈이 세상을 덮고 있었다.
"언니, 진짜 예쁘다!"
은정이가 감탄했다.
"그래도 추워. 옷 따뜻하게 입었지?"
"응! 걱정 마."
우리는 차에서 내렸다.
"김 과장님!"
박 부장이 손을 흔들었다.
"안녕하세요."
"친구분도 같이 오셨네요."
"네, 제 후배 은정이에요."
"안녕하세요!"
은정이가 밝게 인사했다.
순간.
한 남자가 다가왔다.
회색 등산복.
키가 크고 말쑥한 인상.
"소개할게요."
박 부장이 웃으며 말했다.
"여기는 선진테크 이준혁 사장님. 우리 거래처분이에요."
이준혁.
특별 게스트.
그가 우리를 보며 웃었다.
"안녕하세요, 이준혁입니다."
목소리가 부드러웠다.
세련된 분위기.
"안녕하세요."
나는 짧게 인사했다.
케이블카를 타기 전.
단체 사진을 찍었다.
"자, 다들 모여서요!"
박 부장이 외쳤다.
"김 과장님, 이 사장님 옆에 서봐요."
"...네?"
"사진 구도가 그게 좋아요. 키 순서대로!"
왜 굳이 나를?
나는 슬쩍 은정이 쪽으로 비켜섰다.
케이블카 안.
"와, 진짜 높다!"
은정이가 창밖을 보며 감탄했다.
"겁나지 않아?"
"괜찮아. 이거 안전하잖아."
이준혁이 말을 걸었다.
"첫겨울 등산이세요?"
은정이를 보며.
"네... 떨리네요."
"제가 옆에 있으니까 괜찮아요. 위험하면 제가 도와드릴게요."
은정이가 수줍게 웃었다.
대청봉에 도착했다.
눈이 정말 많이 쌓여 있었다.
"자, 여기서부터 소청봉으로 걸어가요!"
박 부장이 앞장섰다.
이준혁 -은정이- 나
이렇게 나뉘어 걸었다.
이준혁은.
자주 은정이 쪽을 봤다.
"은정 씨."
"네?"
"힘드시죠? 제가 가방 들어드릴까요?"
"아니에요, 괜찮아요."
"손 좀 잡아도 될까요? 여기 미끄러워서요."
은정이가 당황했다.
"아..."
그의 손이 은정이의 손을 잡았다.
자연스럽게.
오후 3시.
우리는 중청봉에 도착했다.
"이제 케이블카 타고 내려가면 돼요!"
박 부장이 시계를 봤다.
"어? 막차가 4시인데..."
"지금 3시잖아요?"
"근데 케이블카까지 1시간은 걸려요."
"뭐?"
"서두르세요! 막차 놓치면 걸어 내려가야 해요!"
모두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눈이 너무 많이 쌓여 있었다.
발이 빠졌다.
속도가 나지 않았다.
"안 되겠어요! 못 맞출 것 같아요!"
심 과장이 소리쳤다.
박 부장이 한숨을 쉬었다.
"일단 최대한 서두릅시다."
겨울산이었다. 벌써 산그림자가 우리를 덮치기 시작했다.
4시 30분.
케이블카 역에 도착했을 때.
이미 문이 닫혀 있었다.
"운행 종료됐습니다."
심 과장이 난감해하며 말했다.
"그럼 어떻게 해요?"
"걸어 내려가야죠. 약 3시간 정도 걸립니다."
3시간.
그럼 저녁 7시 반.
완전히 어두워진 후였다.
"할 수 없네요. 다들 헤드랜턴 준비하세요."
이 모든 일이 현실 같지 않았다. 이 겨울에 여자들까지 데리고 이 위험한 곳을...
가슴이 떨렸다. 분노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해가 지기 시작했다.
산길이 점점 어두워졌다.
"조심하세요, 미끄러워요!"
이준혁이 은정이 손을 더 꽉 잡았다.
은정이는 거부하지 않았다. 우리는 너무 무서웠다. 이 어둠 속을 걸어 내려가야 하다니
나는 혼자 걸었다.
뒤에서.
완전히 어두워지자, 하얀 눈이 달빛을 받아 환하게 빛났다. 그 와중에도 너무 고요하고 아름다운 광경에, 외계의 어딘가에 와있는 기분이었다.
눈이 너무 많이 쌓여 걸어 내려갈 수가 없자, 누군가가 가방에서 방수용 커버를 꺼내 깔고 앉아서 미끄럼을 타고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모두 배낭 속에서 무언가를 찾아내어 미끄럼을 타고 따라 내려가기 시작했다. 미끄럼을 타기 시작하자, 갑자기 우리 안의 무언가가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눈이 많아서 적당한 속도로 경사진 길을 미끄러져 내려오게 되자, 우리는 어둠 속에서 이 험한 산을 내려가야 한다는 중압감은 잊고, 썰매 타기에 열중하면서 신나게 산을 내려왔다. 심지어 길이 끊겨 로프로 묶고 한 사람씩 내려와야 하는 경우에도 갑자기 그 모든 것이 재미있는 모험의 연속으로 느껴지기까지 했다.
밤 11시.
은정이와 나는 숙소를 따로 잡아서, 우리를 숙소에 데려다주고 박 부장팀은 떠났다.
"오늘 고생하셨어요! 내일 아침 10시에 식당에서 봐요!"
박 부장이 외쳤다.
나와 은정이는 방으로 들어갔다. 우리 둘은 지쳐 쓰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