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계산된 우연들
아침에 늦게 일어나 샤워를 하고 아침 먹으러 갈 준비를 했다.
은정이는 침대에 누워. 천장을 보고 있었다.
"언니."
"응?"
"어제... 이준혁 씨."
은정이가 얼굴을 붉혔다.
"너무 고맙더라고, 내가 무서워하니까 옆에서 많이 도와줬어."
나는 고개를 돌려 은정이를 봤다.
"...호감 가?"
"응? 아니, 그런 거 아니고."
은정이가 수줍게 웃었다.
"결혼 안 했데.
박 부장이 말했었다.
은정이가 물었다. 언니는 어때?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이준혁이 별로였다.
일단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나는 세련된 사람보다는 순박하고 진실해 보이는 사람이 좋았다. 게다가 아버지가 사업하다 망해서, 내 일 순위는 안정된 직장인이나 전문직이었다. 사업하는 사람은 쳐다도 보지 않았다.
그러나 사실 그를 살펴볼 기회도 별로 없었다. 눈 덮인 산은 너무도 아름답고, 완전히 하얗게 빛나는 세상이었다. 나는 처음으로 보는 그 설경에 거의 넋이 나가있었다. 그러나 그 감격도 잠시, 어두워지고, 케이블카까지 끊기자, 이 위험한 산행에 대해 분노가 솟았었다. 다행히 미끄럼 타고 내려오면서, 분위기가 반전되어 해피엔딩으로 끝난 것이었다.
은정이가 나를 바라보며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내 스타일은 아니야.”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은정이와 차를 마시며.
나는 창밖을 봤다.
눈이 또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오늘 하루 동안 벌어진 일들을
답은 없었다.
하지만 확실한 건.
뭔가 시작됐다는 것.
그리고 나는.
그것을 막을 수 없을 것 같다는 것.
월요일 아침.
사무실.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주말 어땠어요?"
심 대리가 물었다.
"괜찮았어요."
"이 사장님, 좋은 분이시죠?"
"글쎄요."
"김 과장님은 어떠세요? 이 사장님한테 관심 있으세요?"
나는 서류를 내려놨다.
"심 과장님, 왜 자꾸 그런 질문을 하세요?"
"아, 그냥 궁금해서요."
그가 웃었다.
하지만 그의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
점심시간.
박 부장이 나를 불렀다.
"김 과장, 친구분 연락처 좀 줄 수 있어요?"
"...네?"
"이 사장님이 부탁하시던데요."
심장이 빨리 뛰었다.
"제 친구 말인가요?"
"네. 은정 씨였죠? 이 사장님이 좀 더 알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나는 잠시 망설였다.
"제가 먼저 은정이한테 물어볼게요."
"그래요. 빨리 연락 주세요."
박 부장이 웃었다.
은정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언니!"
"은정아, 이준혁 씨가 너 연락처 달라는데."
"진짜?"
은정이의 목소리가 들떴다.
"...줘도 돼?"
"글쎄 언니는 어떻게 생각해?"
"뭐 안될 건 없지 않아?"
"고마워, 언니!"
전화를 끊고.
나는 한숨을 쉬었다.
왜 이렇게 불편할까.
박 부장에게 연락처를 줬다.
"고마워요, 김 과장."
"..."
"보기 좋잖아요. 젊은 사람들끼리."
며칠 후
박 부장이 내 책상으로 왔다.
"김 과장, 은정 씨에 대해 좀 물어봐도 될까요?"
"...뭘요?"
"어떤 분이세요? 성격이랑 집안 같은 거."
집안?
"왜 그런 걸 물으시는데요?"
"아, 이 사장님이 궁금해하셔서요."
나는 불편했다.
하지만 대답했다.
"좋은 앤 데요. 착하고 순수하고."
"집안은?"
"...유복한 편이에요. 부모님이 사업하시고."
박 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고마워요."
그의 눈빛에 뭔가 있었다.
만족?
아니면 확인?
그날 밤.
나는 일기를 썼다.
'뭔가 이상하다. 박 부장도. 이준혁도.
너무 빠르다.
은정이만 순수하게 좋아하는 것 같다.
나는 왠지 불안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은정이도 어린애가 아니니까, 생각이 있겠지.'
그리고 그 후 한 달.
은정이에게서 자주 연락이 왔다.
"언니, 우리 어제 영화 봤어!"
"언니, 준혁 씨가 나 좋아하는 것 같아!"
행복한 목소리.
나는 축하한다고 했다.
그리고는, 속으로 '잘되어가나 보구나, 괜한 걱정을 했네' 하며
마음이 놓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