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여자들의 전쟁
한 달이 지났다.
은정이와 이준혁은 계속 만나고 있었다.
나는 가끔 은정이를 만났다.
"언니, 준혁씨가 정말 재미있어."
"그래? 잘됐네."
"근데 언니."
은정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언니는 준혁씨 어때?"
"나?"
"응. 언니도 좋아해?"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전혀. 내 타입은 아니야"
"다행이다."
은정이가 웃었다.
"사실 조금 걱정했거든. 언니가 먼저 봤으니까."
"은정아, 나는 준혁씨한테 관심 없어. 걱정하지 마."
"응, 고마워 언니."
"김 과장님."
심 대리가 다가왔다.
"네?"
"요즘 이 사장님이랑 친구분이 잘 만나고 계시죠?"
"네, 그런 것 같아요."
"좋겠네요."
그의 말투가 이상했다.
비꼬는 것 같기도 하고.
관리부서 여직원들이 수군거렸다.
"들었어? 김민지 과장 친구가 이준혁 사장이랑 사귄대."
"진짜?"
"응. 근데 원래 이준혁 사장이 김민지 과장한테 관심 있었대."
거짓말이었다.
"헐, 그럼?"
"김민지 과장이 관심 없다고 해서 친구한테 떠넘긴 거래."
"와... 그럴 수가."
나는 멈춰 섰다.
그들이 나를 봤다.
"어머..."
어색한 침묵.
"안녕하세요."
나는 차분하게 인사했다.
하지만 손이 떨렸다.
누가 그런 소문을 퍼뜨린 걸까.
복도에서 최지원을 마주쳤다.
우리 눈이 마주쳤다.
그녀가 웃었다.
차가운 미소.
'설마...'
어느 날.
화장실에서 여자들의 대화를 들었다.
"김민지 과장, 요즘 왕따당하고 있대."
"당연하지. 자기만 잘난 척하니까."
"게다가 친구한테 남자 빼앗겼잖아."
"그게 무슨 소리야?"
"최지원 과장이 그러던데, 이준혁 사장이 원래 최 과장 좋아했대. 근데 김민지 과장이 자기 친구 소개시켜줘서 최 과장이 차인 거래."
모두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사실처럼 퍼져나갔다.
퇴근 후.
경희 과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경희씨."
"응, 민지씨. 무슨 일이야?"
"나... 힘들어."
목소리가 떨렸다.
"무슨 일 있어?"
"소문이... 이상한 소문이 돌고 있어."
"무슨 소문?"
나는 모든 것을 말했다.
경희씨가 한숨을 쉬었다.
"민지씨, 그거 최지원이 퍼뜨린 거야."
"...뭐?"
"최지원이 관리부서 여직원들한테 말하고 다녔어. 내가 들었어."
"왜?"
"너 때문에."
"내가 뭘 잘못했는데?"
"잘못한 게 없어. 그냥... 질투야."
경희씨가 말을 이었다.
"최지원이 너를 엄청 경계하고 있어. 같은 나이인데 너는 해외연수 가고 승진하고. 자기는 관리부서에서 평범하게 일하고."
"..."
"게다가 집안 자부심도 있잖아. 아버지가 의사라고."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민지씨 아버지가 사업 실패했다는 것도 최지원이 알아냈어."
충격이었다.
"어떻게?"
"인사 파일을 봤겠지. 불법이지만 막을 수 없어."
나는 말을 잃었다.
다음 날.
최지원을 마주쳤다.
"김 과장님."
"..."
"요즘 힘드시죠?"
그녀가 웃었다.
"괜찮으세요? 소문 많이 들었는데."
"최 과장님이 퍼뜨린 거죠?"
최지원의 미소가 깊어졌다.
"증거 있어요?"
"..."
"없죠? 그럼 조심하세요. 함부로 말하면 명예훼손이에요."
그녀가 내 옆을 지나치다가 다시 돌아 섰다..
"아, 그리고 김 과장님."
"..."
"제 결혼 소식 들으셨어요?"
"...결혼?"
"네. 다음 달에요. 초대장 드릴게요."
나는 정면으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결혼하려면 바쁠텐데, 참 열심히 사시네요”
최지원이 웃었다.
"누구랑 하는지 안 물어보시나요?"
순간 그녀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떠올랐다.
"이준혁 사장님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