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화 그 겨울의 산
어느 날 업무회의가 끝나고
"참! 김 과장."
박 부장이 말을 이었다.
"이번 달 말에 부서 단합대회 있어요."
"네."
"등산 가는데, 꼭 참석해줘요."
등산?
나는 등산을 싫어한다.
"꼭 가야 하나요?"
"당연하죠! 신입이 빠지면 안 되죠."
신입이라고 했다.
나는 경력 4년 차인데.
하지만 여기서는 신입이다.
"알겠습니다."
"좋아요. 장소는 설악산이에요. 겨울 설악 종주!"
겨울?
설악산?
종주?
박부장은 30대 후반이고, 자기 아내가 약사 라고 했다. S대 출신이었지만 샤프 한 수재와는 거리가 먼, 지방 러 냄새가 풀풀 풍기는 사투리에, 행동도 약간 아저씨 같은 스타일이었다
우리 부서에서 나는 유일한 여자였고 그때만 해도 까칠한 차도여 스타일이었던 나는 더구나 설악산을 일박 포함해서 가는 일에 찬성할 수 없었다
전 여자 혼자인데 가기가 좀 그러네요
정 그러면 친구 하나 데려오면 어떨까?
직장에서 인간 관계가 소중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일이다. 더군다나 나는 최근에 새로 들어간 신입이었으므로 잘 지낼 필요가 있었다. 나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퇴근 후.
은정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은정이는 내가 전에 다니던 은행 후배였다.
밝고 순수한 아이.
"언니!"
"은정아, 잘 지냈어?"
"응! 언니 새로 간 곳 어때? 축하해!"
"고마워. 근데 부탁 하나 할 께."
"응, 뭔 데?"
"이번 주말에 등산 가는데... 같이 갈래?"
"등산? 언니 등산 싫어하잖아요."
"나도 알아. 근데 부서 행사라서 가야 해. 근데 나 혼자 남자들 이랑 가기 좀 그래서..."
"아, 알겠어! 내가 가 줄게!"
"정말? 고마워!"
"언니 부탁인데 당연하지. 근데 언제?"
"이번 주 토요일."
"오케이! 금요일 밤에 미리 만날까?"
"그래, 같이 준비하자."
전화를 끊고.
나는 창밖을 봤다.
설악산.
겨울.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금요일 오후.
박 부장이 전체 메일을 보냈다.
제목: 설악산 등산 최종 명단
참석자: 9명
인솔자: 이성철 -전문산악인(지점장기사)
박성철 부장
김인호 차장
심민호 과장, 강준석 과장, 이동욱과장
김민지 과장 + 친구 1명
특별 게스트: 이준혁 사장 (선진테크)
집합: 토요일 오전 9시, 설악산 입구
메일을 읽으며.
한 이름이 눈에 띄었다.
특별 게스트?
이준혁?
누구 지?
우리 거래 업체도 아닌데
나는 메일을 닫았다.
그날 밤.
나는 일기를 썼다.
'내일 등산을 간다. 싫다. 하지만 가야 한다. 새 직장에서 적응하려면.
이 겨울에 설악산을? 가려면 지네들끼리 가지 나까지? 짜증이 나지만 을의 입장인 나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토요일 새벽
설악산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그래도 나는 눈덮인 설악산을 생각하며 가슴이 뛰었다. 속초바다와 설악산은 언제나 내가 좋아하는 곳이었다.
나는 몰랐다. 이것이 내 인생에 기억될 하루가 될 것이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