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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도 사람이다 Nov 28. 2024

불편한 건 마음일까

삐그덕 거리는 소리

거실 한편에 6인용 식탁과, 창가 앞은 산 뷰, 눈이 많이 내린 덕에 산은 온통 하얗다.

오늘만큼은 더할 나위 없는, 카페 부럽지 않은 우리 집 거실이다.

그러나 불편한 진실, 이제 겨우 4년 차에 접어드는 가구, 의자가 말썽이다.

삐그덕 삐그덕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들썩들썩, 움직일 때마다 삐그덕 거리는 소리가 거슬려 뒤집어 보았다.

나사는 어느 곳 하나 풀린 게 없다.

다시 한번 꽉 조이고 앉아보니 여전한 삐그덕 소리, 내가 많이 무거운 것인가, 뜨끔하는 순간이다.

무심코 밖으로 향하는 눈, 여러 나무들, 쌓인 눈들이 버거워 털어내는 듯 덩어리째 떨어지는 게 보인다.






불편함을 덜 느껴보고자 음악을 듣는다.

스피커로 흘러나오는 팝송, 첫 곡부터 좋다.

차분하면서도 적당한 경쾌함이다.

추워진 날씨, 차가운 공기, 커피 아닌 결명자 차를 옆에 끼고 홀짝홀짝 마시지만 금세 식어버린다.

이상하게 어딘가 계속 불편한 마음, 따듯한 커피 한 잔이면 될 것 같아 주방으로 향하고, 원두를 꺼내 그라인더에 갈아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내려본다.

커피 향을 맡으며 "음~ 바로 이거지." 하는 느낌, 음악도 커피도 오늘은 우리 집이 카페다.

자리에 앉아보니 여전히 삐그덕 거리는 의자, 신경이 온통 의자에 가 있는 느낌이다.

앉은 자세도 불편해진다.






머리가 지끈지끈, 생각이 많아서일까?

의자 탓을 해보지만 마음의 소리가 삐그덕거리는 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정말 차라리 혼자가 낫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면 들수록 슬픈 현실이다.

말, 한 번쯤은 뜸 들였다가 말해도 되는 것을 생각 없이 나오는 대로 말하는 사람과의 대화, 영 낯설다.

심지어 나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서 듣는 말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시간이 많아서 생각도 많아지는 것이겠지만, 왜 그렇게 밖에 생각을 못 하는지에 대한 의문도 가져본다.

육아를 하며 엄마들이 공감하는 육퇴, 나는 그 시간이 밤 9시다.

일찍 자던 아이가 늦어진 게 8시, 8시만 되면 스스로 양치하고 잘 준비를 한다.

쫑알쫑알 이야기하다가 잠들면 빠르면 8시 30분, 늦어도 9시다.

늘 그래왔고, 지금도 그렇다.

나는 육퇴라고 생각했는데 누군가에겐 강박증이란다.

이렇게 또 나는 강박증 환자가 된 기분이다.






그냥 한 귀로 흘러들어도 되는 말이지만 이 동네, 이 아파트에서 말 한마디가 조심스럽다는 것을 아는 나로서는 나를 잘 모르는 사람이 하는 말이 상당히 거슬린다.

찜찜한 기분, 나도 물론 그 사람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왠지 모르게 또다시 사람에게 벽을 쌓게 되는 기분이다.

말투, 표정, 행동, 하나하나가 눈에 들어오는 순간 기어코 얼음, 뇌정지가 오고야 만다.

한 순간에, 한마디로 단정 짓는 일은 하지 않기로 하지만 불편한 마음은 어쩔 수 없다.

참 피곤한 스타일, 소심한 나다.

많이 예민해진 지금, 창 밖으로 보이는 산, 여전히 눈덩이가 떨어지는 나무들 사이로 벌거벗은 듯한 빈틈이 보이기 시작했다.

해를 받으며 녹아내리는 눈처럼 나도 당장은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며 벗어던지고 싶은 마음, 작은 일에 연연하지 말자는 마음이, 마음만 먹는다고 되는 게 아니다.

결국 타고난 내 성향, 내 기질을 탓해 본다.






대체 아이를 몇 시까지 놀게 하란 얘기야?

때가 되면 저녁도 먹이고, 소화시키며 엄마와 대화, 혹은 그림도 그리고 종이접기도 하고, 책도 읽고, 그게 대체 뭐가 문제야?

꼭 저녁도 친구들과 먹고 친구와 함께 놀아야만 해?

저녁을 8시에 먹이면 언제 소화시키고 언제 재우는데?

사람마다 사는 방식이 다른 거잖아, 우리 집은 저녁 먹기 전에 헤어지고 싶어, 그게 문제야?

왜 매번 가냐고? 왜 굳이 저녁까지 같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의 생활을 존중할 수 없어?

마음속에 질문들이 쏟아지고 불만이 가득하지만 입 밖으로 꺼내기 힘든 성향의 나, 머리만 아프다.

아이들은 생각 없이 놀고만 싶어 하지. 아주 당연히.

꼭 내가 아이를 못 놀게 막는 것 같다.

생각 같아선 마음이 맞지 않은 사람과는 어울리고 싶지 않은데, 아이는 아직 어리다.

시간 개념이 없이 그저 또래 친구들과 놀고 싶어 하는 마음에 고집부린다.

싫은 소리 하나 못하고 어쩔 수 없이 또 어울리며 상대가 보여주는 언행으로 마음에 생채기만 남는 현실이다.

그래도 그 상대가 있어 말의 중요성도 깨닫고, 생각이란 걸 할 수 있으며, 또 다른 상대를 위해 배려하는 마음도 다시금 생각해 보는, 나의 마음의 성장판이 운동한다고 생각하니 손해는 아니라고 합리화하며 마음에 담아두지 않으려 애쓴다.






다만, 어린아이 같은 내가 어른의 탈을 쓰고 살아야 하는 현실이 꿈이었으면 좋겠다.

참, 한가하다.

마음만 바쁘면 뭐 하나, 갑자기 또 등짝이라도 한 대 얻어맞은 것 같다.

그래, 생각은 그만, 나만의 세계에서 급 이렇게 또 빠져나온다.

맛있는 점심이나 든든히 챙겨 먹고 좋은 음악 들으며 여기저기 쓸고 닦고 청소기나 돌리자.

삐그덕 삐그덕, 사람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지.

아무도, 아무것도 탓할 필요가 없다.

눈앞에 너저분하게 널려있는 것들이나 정리하자.

정신 차리자.

"나도 이렇게 나름 애쓰며 살고 있는데, 아줌마들아, 좀 존중해 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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