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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 Sep 30. 2019

내가 다시 초등 1학년 엄마가 된다면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이런저런 걱정을 하는 초보 엄마들을 보니 옛날 생각이 나서 정리해 봤습니다. 저와 아이의 성향, 학교나 동네 분위기 등 여러 개인적인 상황에 근거한 내용이니, 절대적인 지침이라기보다 각자 자신의 상황에 맞게 참고해서 들으시면 되겠습니다.




내가 다시 초등 1학년 엄마가 된다면?


엄마들 모임 안 나갑니다


초등 입학을 앞둔 엄마들이 찾아보는 책들에서 '다른 엄마들과 유대 관계를 맺는 데 적극적이 돼라' '반 모임엔 꼭 나가라'와 같은 지침을 가끔 봅니다. 1학년 엄마들 모임이 평생을 간다며 이때 좋은 엄마들을 많이 만나야 한다는 충고도 있고요.


실제로 이렇게 되는 행복한 사례도 많겠지만, 저는 그때로 돌아간다면 엄마들 모임 안 나갈 겁니다.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은근한 줄 세우기가 시작됩니다. 요즘엔 분위기가 많이 바뀐 것 같은데 저희 아이 1학년 때만 해도 받아쓰기 100점 맞은 아이를 일으켜 세우고 박수 치게 하는 선생님도 계셨습니다. 그 외에도 소소한 줄 세우기가 있기 마련이지요. 그 줄 세우기에서 설혹 내 자식이 뒤에 서 있어도 의연하게 전혀 동요하지 않을 자신 있고, 옆집 엄마 애가 더 앞에 서 있어도 아무렇지 않을 수 있고, 만나는 엄마들이 줄 세운 아이들을 두고 누가 앞이네, 누가 뒤네 수군거려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릴 자신이 있다면 얼마든지 나가도 됩니다.


저는 당시 다른 사람들의 평가에 흔들리지 않을 만큼 '엄마 내공'이 강한 상태가 아니었습니다. 남들이 우리 아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 필요 이상으로 신경을 쓰고 있었기에 그때 제가 모임에 열심히 나간 건 오히려 독이 됐습니다. 모임에서 생산적인 이야기가 오갈 때도 있지만, 사실 엄마들도 1학년이라 아직 서툴기도 했고 그 과정에서 남의 집 아이에 대해 조심성 없이 내뱉는 말들이 서로에게 상처로 남기도 했습니다.

아이를 고학년 정도 키우면 다들 저절로 겸손해지는데 그때만 해도 자신의 아이가 천재 인양 으스대는 엄마들도 있었고 그런 엄마들의 자랑에 주눅이 드는 만큼 집에 돌아오면 공연히 아이를 잡았습니다. (생각하면 부끄럽고 미안하네요.)


그래도 아이 학교 생활이 궁금하시다면 처음에 반모임 정도에는 얼굴을 비치셔도 나쁘지는 않을 겁니다. 마음 맞는 엄마를 만날 수도 있고, 실제로 저학년 때는 아이친구 엄마 한 두 명 정도와는 연락하고 지내는 게 좋으니까요.



담임 선생님에게 아이의 단점을 말할 때는 신중합니다


이 부분도 시중에 나온 '초등학교 1학년 생활 안내서'와 같은 책에서는 조금 다르게 이야기하더군요. 담임 선생님한테 엄마가 아이의 장단점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적극적으로 도움을 청해야 한다고요. 원칙적으로는 맞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렇고, 제 주변 사람들도 무척 운이 없는, 예외적인 경우였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늘 맑은 날이 주어지는 건 아니잖아요? 비 올 것을 대비해서 차에 우산을 두는 것처럼, 우리의 예상과는 다른 선생님을 만날 수도 있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합니다.

대단한 것도 아닌, 저희 아이의 사소한 약점을 먼저 이야기하고 배려를 부탁드렸더니 선생님이 그 부분을 너무 기계적으로 적용하시더라고요. 학교 생활을 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어떤 갈등 상황이나 예기치 못한 변수가 생기는데 거기에 대해 '00이가 어머니가 말씀하신 것처럼 여차여차해서 그런 거예요'라고 쉽게 결론을 내시는 걸 보고 공연히 이야기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아이의 친구 엄마에겐 더 한 일도 있었습니다.  '아이에게 다분히 ADHD 경향이 있으니 힘드시겠지만 잘 좀 지도 부탁드린다'고 말씀드렸는데 선생님이 반 아이들 앞에서 '00이는 ADHD라서 도움이 필요한 친구'라고 공개적으로 말씀하셔서 그 엄마가 얼마나 속상해했는지 모릅니다.


이런 일이 당연히 일반적이지는 않습니다. 시간이 흐른 만큼 분위기도 바뀌었을 테고요. 저 또한 아이의 내면까지 도닥여주며 이끌어주는 고마운 선생님들도 많이 만났습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어떤 경우의 수가 있을지 모르니 아이의 단점을 다 털어놓으실 때 신중을 기하시는 게 좋을 거라는 거지요.




일단 크게 생각나는 두 가지 정도를 말씀드렸습니다.


사실 제일 중요한 건 '아이는 아이, 나는 나'라는 걸 확실히 인식하는 겁니다. 아이 성적이 곧 엄마 성적이 되어 버리는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아야 내 아이도, 나도 각자 행복하게 지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거 저에겐 어려운 과제였어요. 꽤나 소신 있는 엄마라고 생각했는데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는 순간, 육아서를 탐독하며 쌓아 올린 제 나름의 육아 철학이 얼마나 견고하지 못했는지 실감했습니다. 그 이유는 기회 될 때 다시 정리해 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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