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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랑하늘 Aug 24. 2023

네가 처음 울던 날

나에게 서운한 일이 있으면서도

만나자는 말에 너는 선약까지 취소하며 나에게 왔지.


내 차를 타고 가면서

어떤 마음이고 어떤 감정인지 말해 달라고 하자

일단 눈물부터 보이더라.


괜찮다고 했어.

그리고 기다렸지.




한참 눈물을 쏟다가

나에게 한 말은,


부정적인 감정을 말로 잘 표현하는 게 너무 힘들어서

그동안은 타인에게 나쁜 감정일 때 화를 냈는데

나한테는 화내면 안 된다는 게 자신이 정한 규칙이라

어떻게 할지 모르겠어서 눈물이 난다고 했어.


지금까지 만나며 그래왔던 것처럼 잘 들을 테니까

아니, 이번엔 더 끝까지 뭐라고 하지 않고 잘 들을 테니까

말하는 경험을 가져 보자고 했어.


그리고 정말 느리게 조금씩 이야기를 이어갔지.


점점 울음이 잦아들었고

다시 내가 알던 너의 모습으로 돌아왔어.




소중한 사람에게 안 좋은 이야기를 "잘" 하는 게 어렵기는 해.

하지만 "건강한 우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지.


서운한 마음, 힘든 마음, 화나는 마음을 가만히 두면

제 때 제거하지 않으면 지우기 힘들어지는 얼룩처럼

마음에도 지우기 힘든 자국들이 점점 번져 갈 거야. 


그러니까 너무 늦기 전에 말해야 하고

그 마음을 귀 기울여 들어줘야 해.



지금의 우리는 그럴 수 있어서 참 좋아.
매거진의 이전글 그런 풍족한 만남이면 충분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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