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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 cheon Lee Mar 19. 2016

10월의 마지막 날에

- 23 -

                  

10월의 마지막 날에


봄 햇살보다는 친하지 않은

겨울 친구 가을 햇살이

가끔 

"은별아! 춥지?" 하며

포근하게 감싸준다.

은별이도 싫지만은 않은 지

하늘 보며 두 팔 벌리고

햇살 받으며 눈을 감아 본다.


노오란 운동장에 

찬바람 지나가면

알록달록 예쁜 옷 입은

낙엽들이 달리기를 한다.


점심시간이 곧 끝나겠네.

서둘러 발길을 돌리는데

토끼장 옆에서

오빠와 마주 보며

깔깔거리는 

모르는 여자 선배가

환하게 마음 아프게

웃고 있네.


오빠 어깨에 묻은 

초록 풀도 털어내며

따뜻하게 예쁜 얼굴로

웃음이 멈추지가 않네.


'안 되는데, 아닐 거야!'

'오빠는 은별이가 더 좋아하는데.'

'오빠는 아닐 거야?'


은별이는 뜨거운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리고

손으로 막아도

멈추지가 않아

그대로 주저앉아 버렸네.


오빠가 달려오는데

눈앞에는 비가 내려

오빠 얼굴이 보이지 않아

마냥 울기만 하네.


오빠가 꼭 안아주는데

가슴이 쿵쾅거리지도 않아

'파란 오빠, 미워!'

보이지도 않는 오빠를 

두 손으로 쿵쿵 쿵

방망이질을 해도

아파오는 마음은 

출렁이는 파도가 되네.


"은별이는 오빠가 좋은데,

오빠 밖에 없는데,

오빠는 은별이가 싫어?"

눈물을 훔치고

오빠 눈을 물끄러미 본다.


오빠는 말없이

은별이 이마에

떨리는 입술을 가져갔다.


은별이는 나직하게

'오빠!'를 속삭이며

엄마보다 넓은 가슴에

포옥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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