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샐러리맨의 우울 #1.
그의 퇴사 소식을 들은 건 정신없이 몰려드는 업무들로 분주함의 정점을 찍을 무렵이었다.
'눈 위에 서리가 내린다는 설상가상(雪上加霜)이라는 말은 과연 이럴 때 써야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똑 부러지는 일처리와 시원한 성격으로 호감을 가지고 있었던 그였기에 갑작스러운 그의 퇴사 소식은 주변인들에게 적잖은 파장을 남겼다.
그동안 수많은 동료들의 '떠남'을 지켜봐 왔으면서도 항상 그들의 부재는 언제까지나 제자리를 지키고 있을 것 같았던 '못' 하나가 알 수 없는 이유로 빠져버린 것처럼
그래서, 이제는 빈 구멍만 휑하니 남은 것처럼 여전히 낯설고 어색하기만 하다.
직장 동료의 퇴사는 휘몰아치는 허리케인과 같이 선명한 궤적을 남기며 남는 이의 마음까지 흔들어 놓는다.
그들이 떠나야만 했던 고민의 무게가 그대로 전달돼 남는 이로 하여금 또 다른 고민까지 짊어지게 만든다.
그는 '떠남'의 이유에 대해 꽤 긴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조금은 장황한 이야기 속에서 더 이상 회사에 대한 어떠한 미련도 남아있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뜨거웠던 남녀 관계도 서로에 대한 애정이 식어버린 이유를 말하는 데는 그다지 많은 이야기가 필요하지 않다.
결국, '더 이상 그 사람이 보기 싫은 것' 그뿐이다.
그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별을 각오한 사람처럼 차가우면서도 확고했다.
그는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를 떠나 새로운 회사로 이직한다고 했다.
비슷한 규모에 유사한 업무 그리고, 별반 차이 없는 직급과 급여.
그의 '떠남'에 대한 명확한 이유를 알 수는 없었지만 어쩌면 그는 '새로운 시작'을 원했던 건지도 모른다.
버벅거리는 인터넷 브라우저를 향해 리프레시(Refresh) 버튼을 누르듯 무료하게 일상화되던 자신의 지루한 삶에 '이직'이라고 하는 Hit Refresh를 통해 새로운 활력을 얻고 싶었던 것이다.
타고 있던 배가 예기치 못한 좌초로 침몰의 위기를 맞게 되었다.
그리고 당신은 침몰하는 배에 남아 구조를 기다리고 있을지 아니면, 바다로 뛰어들어 다른 생존의 기회를 찾을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어떠한 안내방송도 없을 것이고 누군가 당신을 이끌어 주지도 않을 것이다.
오직 스스로가 결정하고 판단해야만 한다.
누구도 미래를 보장할 수 없는 이 선택의 순간에서 바다로 뛰어드는 사람을 향해 "위험해!"라고 할 수 있듯 남아있으려는 사람에게도 "위험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린 각자의 조건에서 고민하고 또 고민해서 최선의 선택을 내린다.
그것이 배를 버리고 바다로 뛰어드는 그의 선택이든 그대로 남아 다른 기회를 찾는 나의 선택이든 자신의 인생이기에 모든 선택은 충분히 존중받아야 할 것이다.
새로운 기회를 찾아 바라도 뛰어든 그의 선택에 부디 후회가 없기를...
너의 떠남에도 명확한 이유가 있듯, 나의 남음에도 분명한 이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