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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LAWRIKER Oct 27. 2020

당신의 '쓸모 있음'은 언제까지인가요?

어느 샐러리맨의 우울 #10.

새로운 한 주가 밝았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회사에 출근했지만 항상 같은 자리에 있던 차장님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관련 업무가 있어서 함께 회의에 참석했던 기억이 생생한데...


그는 최근 권고사직 통보를 받았고 지난주를 끝으로 이제 더 이상 같은 사무실에서 볼 수 없게 되었다.

그의 흔적들이 여기저기 남아있어 그를 떠올리게 하지만 이젠 모른 척 외면해야만 한다.




회사생활을 하면서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구성원들이 조직에서 이탈하는 경우를 볼 수 있었다.

사실, 자발적인 이탈은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미 나름의 준비와 각오 후에 내린 결정일 테니...

문제는 구조조정, 권고사직, 명예퇴직 등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한 이탈이었다.


그 이탈에는 전사(全社) 전략을 근거로 한 인력계획의 이유가 있었겠지만, 가장 명확하면서도 분명한 이유는 그들이 더 이상 조직에서 '쓸모없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할 무렵, 우연히 읽은 신문기사에서 제법 인상 깊게 남아있는 단어가 하나 있다.

회사원을 의미하는 '샐러리맨(salaryman)'과 학생을 의미하는 '스튜던트(student)' 이 두 단어가 결합해서 만들어진 '샐러던트(saladent)'라는 조어로써 이는, 회사생활을 하면서도 자기 성장과 발전을 위하여 끊임없이 학습하고 자기 계발하는 '공부하는 직장인'을 일컫는 말이다.


최근에는 '샐러리맨(salaryman)'에 '글 쓰는 사람(writer)'를 합쳐서 자신의 전문분야나 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쓰거나 칼럼을 기고하는 '샐러라이터(salawriter)'라는 단어까지 생겼다고 하니...

이제는 정말 한 가지만 해서는 밥 벌어먹고살기 힘든 세상이 된 듯하다.


'샐러던트'든 '샐러라이터'든 이 모든 활동들은 자신의 '쓸모 있음'을 유지하고, 인정받기 위한 행위에서 나온 결과가 아닐까?


직장인으로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계속해서 '쓸모 있음(usefulness)'의 자리에 남아 있는 것이다.

회사로 하여금 자신의 유용함을 인정받지 못한다면 더 이상 회사로부터 대우받지 못할 뿐 아니라, 퇴출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인간은 스스로가 쓸모 있는 존재임을 느낄 때, 활력이 솟는다.

비견한 예로 회사를 방문한 퇴직임원에게서 과거에 느꼈던 권위와 위상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더 이상의 '쓸모 있음'을 상실하여 퇴출된 그들은 그냥 동네 아저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문득, 내 '쓸모 있음'의 유효기간은 언제까지일지 궁금해진다.




혹시, '쓸모 있음'의 범위를 편협한 시각에 기대어 너무 제한적으로만 몰아갔던 건 아닐까?

자신의 유용함이란 오로지 회사라는 매개체를 통해서만 그 가치가 증명되는 것처럼 회사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꼴이라니...


회사 안에서는 '쓸모 있는' 존재였다 해도 회사 밖에서는 '쓸모없는' 존재일 수 있다.

자신의 '쓸모 있음'을 규정짓고 한정지은 대상이 정작 본인이라는 사실은 왜 깨닫지 못하는 걸까?




어제 떠난 차장님의 'end'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의 당당한 'and'가 되길 바라며...

회사 밖에는 분명, 더 큰 세상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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