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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LAWRIKER Mar 14. 2021

Now or Never

"올해 저는 '하프마라톤'에 도전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러닝 기량을 향상하고자 찾은 러닝 클래스 첫날, 앞으로의 훈련 일정과 간단한 자기소개를 나누며 아이스브레이킹 시간을 가졌고 마지막 내 소개 차례가 되었을 때 모두가 모인 그 자리에서 올해 '하프마라톤'에 도전하겠다는 나의 목표를 공표(?)하고 말았다.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바이러스'는 평범했던 우리의 삶을 일순간 멈춰 세웠다. 익숙해서 이제는 너무도 당연했던 모든 일상에 대단한 변화를 요구했고, 이는 'yes or no'라는 선택적 대안이 아닌 오로지 '생존'을 위한 'change', 이 단일 항목의 선택지만이 허락되었다.


이런 변화는 마라톤에서도 예외가 될 수 없었다. 대부분의 대회가 취소 또는 기약 없는 연기를 반복했고,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5인 이상 집합 금지 시행에 따라 러닝 크루의 활동도 제한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방구석에 앉아 다시 일상이 회복되기만을 잠자코 기다리고 있을 러너들이 아니었다.

다 같이 모여 주로(走路)를 뛰는 오프라인 레이스의 개최가 어려워지자 그들은 새로운 방도를 찾기 시작했고 '버추얼런', '언택트 레이스', '비대면 마라톤' 등 새로운 시대, 새로운 형태의 마라톤 레이스로 러닝에 대한 욕구를 해소하였다.

이런 방식의 대회를 처음 참여했을 때만 해도 진행 방법이 잘 이해되지 않고, 어딘가 불편하고 어색하고 그랬는데 막상 한, 두 번 참여하다 보니 처음의 낯섦도 잠시 이제는 비대면 레이스가 제법 익숙해졌다.

정해진 날,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공간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편한 시간에 편한 곳에서 러닝 인증을 통해 완주 여부를 확인받는 시스템은 오히려 마라톤 참여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였고, 러너들에게는 색다른 경험과 재미를 선사했다.


하지만 그 끝을 알 수 없는 출구처럼 늘어져만 가는 '코로나' 사태는 나에게 하프마라톤 도전을 미루기 위한 아주 그럴싸한 핑곗거리가 되어 주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는 마당에 무슨 운동은 운동이야! 이럴 땐 그저 숨쉬기 운동이나 하면서 몸 간수나 잘하는 게 장땡이지.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고 본격적으로 대회가 열리기 시작하면 그때 도전해도 늦지 않아. 괜히 오버하지 말고 적당히 하라고!'


문득, 처음 10km 레이스를 달리고 겪었던 한 달 동안의 무릎 통증이 떠올랐다. 걸어 다니기 힘들 정도의 아픔이 지속되어 한동안은 계단도 제대로 오르지 못하고 고생했었다.

하지만 그 고통이 러닝에 대한 나의 열정을 사그라들게 하지는 못했다. 무릎이 회복되는 대로 다시 조심스럽게 러닝을 시작하였고, 그렇게 즐기며 연습을 지속하다 보니 이제는 더 이상 무릎 통증으로 고통받지 않는다.


그럼에도 나에게 '하프마라톤'은 역시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10km'는 마치 보이지 않는 한계선처럼 느껴졌고, 그 이상 발을 내디뎠다가는 과거에 겪었던 무릎 통증은 아무것도 아닐 정도의 극심한 고통에 몸서리치기라도 할 것처럼 두려움에 더 이상 뛰어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언젠가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란 제목의 글을 읽은 적 있다.

그 기막힌 방법은 바로 도전 목표가 생긴 시점으로부터 가장 가까운 마라톤 대회의 풀코스를 '접수'하고 '참가'해서 '뛰면' 되는 것이다. 어떤가? 너무 쉬운가?

'할까? 말까?' 고민하고 망설이면서 괜히 시간만 낭비하기보다 이렇게 엉겁결에 도전을 하게 되면 설령 코스를 완주하지 못하고 중도에 포기하더라도 자기 수준을 깨닫는 계기로 삼아 다시 열심히 연습해서 재도전하면 될 테고, 운 좋게 완주에 성공하면 목표를 이뤘음을 만끽하며 이제는 즉흥적인 객기가 아닌 온전한 도전자의 자세로 더 좋은 기록을 위해 더 많이 연습해 또다시 레이스에 참여하면 되는 거다.

무엇보다 시도를 통해 얻은 경험은 다음 도전, 또 다음 도전을 더 쉽게 만들어 줄 것이므로 어찌 봐도 손해 볼 일은 아니다.


'아직'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서... '아직' 수준이 되질 않아서...

우리는 항상 '아직'이라는 변명 뒤에 숨어 정작 중요한 '실행'을 미루곤 한다.

막상 해 보면 별거 아닌데, 해보지도 않고 겁부터 내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바로 실패에 대해 지나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자기 한계에 대해 스스로 경계를 세우고 그렇게 만든 경계 안에서 머물기만 한다면 혹시 모를 실패에 대한 위험은 덜어낼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위험에 맞서지 않은 대가는 어제보다 초라해진 현재의 자기 자신일 뿐이다.


사실, 내가 달려야 할 이유는 그렇게 많지도, 또 그렇게 거창하지도 않다.

'일이 바빠서, 날씨가 좋지 않아서, 몸 컨디션이 영 아니어서...' 안타깝게도 그것을 그만둘 이유는 산더미만큼이나 많다.

포기해 버리는 건 언제나 쉬운 일이다. 그리고 실행에 옮기는 건 힘들고 어려운 일이다.

이제 내가 할 일은 포기를 위한 수많은 이유에도 불구하고 실행해야 할 아주 적은 이유에 집중해 결국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가게 하여 마침내 달리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해보아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한 번 해보면 두 번은 쉽다.


"당신은 왜 달리는가?"

더 건강해지고 싶어서? 보기 좋은 몸매를 만들려고? 건전한 취미를 통해 생활에 활력을 얻고자?

새해 연초가 되면 연례행사처럼 떠들어 대는 이런 류의 대답들은 이미 수없이 겪은 실패 경험만큼이나 목표라고 하기에도 민망하다.

아무리 멋진 생각이라 해도 행동에 옮기지 않는 건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헛된 망상에 불과하다.

실행력 없는 꿈과 목표는 비극일 뿐이다. 하지만 계획을 실행에 옮기면 목표는 현실이 된다.

변명거리, 핑곗거리 찾을 시간에 운동화 끈 질끈 동여매고 힘차게 달려 나가면 되는 거다. 정말 쉽지 않은가?!

실행해 나갈 때 비로소 결실을 얻을 수 있다.




최근 등록한 비대면 마라톤에서 대회에 임하는 각오를 지급받은 배번호 공란에 적는 미션이 주어졌다.

여러 문장들이 머릿속에 떠올랐지만 내 좌우명이기도 한 "Now or Never"를 적었다.

"지금이 아니면 절대 못한다. 당장 도전하라!"는 이 문장의 의미처럼 '코로나' 때문에 미뤄오던 하프마라톤에 도전하였고 마침내 완주에 성공하였다.

10km 이상 뛰면 몸에 큰 무리라고 갈 것처럼 겁부터 먹었던 과거의 내가 무색할 정도로 지금은 매월 하프 마라톤을 뛰고 있으며 다음 단계인 풀 마라톤 도전을 계획하고 있다.


하프코스가 10km 달리기처럼 가벼워지는 순간이 되면 아마 풀코스 도전도 가능할 것이다.

그 날을 위해 내 안의 성장 가능성을 믿으며 조금씩 조금씩 더 나아간다.


코로나가 우리의 일상을 멈춰 세웠지만 목표를 향해 도전하는 우리의 힘찬 발걸음을 멈추게 하지는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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