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의 나무
원하는건 제일 좋은것으로 사주고,
식탁 위에선 가장 먼저 고기 접시를 밀어주었다.
나와는 다르게 너만은
세상 모든걸, 다 갖거라.
너에게 모든걸 주고 나니,
그곳에는 다른것이 채워졌다.
요즘 너의 방문은 늘 닫혀 있고,
함께 나누던 대화도 점점 줄어들었다.
"나도 이제 어른이야"라는 말을 자꾸 들을수록,
나는 점점 낯선 집에 사는 기분이다.
다른 사람처럼, 씨앗을 내려 꽃을 피우고
화려하게 피어날 줄만 알았던 아들의 인생은
내 바람과는 많이 달랐다.
물 뿌리개를 든 내 손이 어색해졌다.
군대를 다녀왔으면 취직을 해야지.
집에서 뭐하고 있는 건지.
신발 속에 들어간 모래알이,
빙글빙글 돌며 나오지 못한 채
자꾸 나를 불편하게 했다.
버릴 수 없어서,
더 아팠다.
나의 커다란 잎사귀로,
너를 덮고 뜨거운 햇빛을 막아주었다.
그런데 너는 자꾸
햇빛을 보려 고개를 들어 올렸다.
네가 입고 있는 옷이 너무 초라해보여,
같이 백화점에 가자고 했다.
내 눈엔 예뻐 보이는 옷들이, 네 눈에는 모두 별로였구나.
"친구들은 이런 옷 안 입어."
집으로 돌아오는 길,
말없이 돌아선 아들의 등이 커 보였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엄마 없이 옷도 한 벌 못 사요."
"이제는 내껀 내가 알아서 할께요. 신경쓰지 마세요."
그 말이 갈고리가 되어 나의 심장을 들어올렸다.
스스로 하겠다는 말보다,
더 이상 나의 존재가 무의미해진것 같았다.
나는 좀처럼 갈고리를 풀지 못했다.
그 후로 말도 하지 않았다.
밥도 차려주지 않았다.
"네 인생, 네 마음대로 해."
그렇게 돌아선 내 등 뒤로
밥솥의 밥이 조금씩 줄어들었다.
누가 언제 먹었는지도 모르게.
며칠 후, 주방이 소란스러워 나가보니,
아들놈이 냄비에 고기를 넣고 있었다.
"뭐하냐"고 물으니
고기가 먹고 싶어 장조림을 만든단다.
순간, 손이 먼저 나갔지만
겨우 발을 돌려 방으로 들어왔다.
자꾸 달그락 소리가 귀를 당기더니,
눈이 감기지 않았다.
아침에 나가보니,
아들이 만든 장조림이 식탁 위에 있었다.
고기도 질기고, 국물에선 잡내가 났다.
숟가락을 싱크대에 내던졌다.
"이런 걸 어떻게..."
그걸 꾸역꾸역 먹는 아들을 보며
어이 없는 웃음이 나왔다.
네가 나없이 할 수 있는지... 어디보자,
목이 메여, 입맛이 사라졌다.
이 집으로 시집올 때
요리 하나 할 줄 몰라
시어머님께 매일 혼났다.
그래도 네 입에 들어가는 건
어떻게든 손수 만들었다.
그땐 된장국 하나도 매일 꾸중이었는데,
나는 그 꾸중을 넘겨
너에게 따뜻한 국 한 그릇을 만들어줬다.
그런데, 네가 알아서 하겠다니...
아들이 없는 미래를 그려보았다.
혹시 나처럼, 누군가를 사랑하고 가정을 꾸릴까?
그런 상상을 하던 중, 문득 소스라치게 놀랬다.
그 그림 속에도 내가 있었다.
아들과 손자, 며느리까지-
여전히 나의 잎사귀 아래에서
햇빛을 받기 위해 이리저리 몸을 틀고 있었다.
나는 급히 고개를 들었다.
뿌연 눈물 너머에 나의 그림자가 길게 보였다.
이제야 내 안의 멈춰 있던 비를 흘러보냈다.
폭우를 막아주려던 나의 잎사귀,
뜨거운 햇빛을 가려주려던 그 마음이
너를 그렇게 힘들게 했니?
나는 정말 사랑했지만,
그 사랑이 꼭 너를 위한 삶은 아니었구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은 1편에 화자가 왜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되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