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설의 기원.
학교에 다녀와, 실컷 뛰놀아도
아직 세상에 붉은 물이 들기 전일 때.
놀다 지쳐 이불속에 파묻히면,
불쑥 떠오르는 흰 뭉치가 하나 있다.
두 빰이 복숭아처럼 통통하고,
솜털이 뽀송할 때.
팔다리를 쭉 펴고 일어나 창을 봤는데
세상이 회색빛에 일렁이면.
급히 창문에 손을 데어 그 너머에
흰 세상이 있는지 확인한다.
넘어질까 걱정하는 어머니의 잔소리에,
박자에 맞춘 발자국으로 대답하고 나가면.
집 앞 차 범퍼에서
흰 세상의 주인을 만난다.
조그마한 손으로 그곳을 훔치면,
남김없이 내 손에 모였다.
까치발을 들어도 내가 가질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의 눈.
잘 익은 복숭아에 물이 터지듯,
내 두 빰사이로 끈적이는 물이 흐른다.
코를 훌쩍이며, 헤~ 하고 웃던 시절의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다.
눈에 대한 나의 기억 중
가장 따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