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 나 만큼 힘들까?

안아줄 줄 알았어.

by 살비






그 사람의 얼굴을 못 본 지 2년이 다 되어 간다.

문득 떠오르는 그 사람의 추억 때문에

갑자기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애틋한 마음에 잠이 오지 않기도 한다.

사소한 오해로 우리의 이별은 시작되었다.


-


SNS에 올라온 그녀의 활짝 웃는 얼굴이

내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이제는 나 없이도 행복한 것 같다.

벌써 나를 잊은 걸까.

서로의 행복을 나누던 사이에서,

서로의 행복을 조용히 빌어주는 사이가 되었다.

그녀에게 진심으로 행복을 빌어줄수록

내가 점점 초라해지는 기분이 든다.


-


흐릿한 기억 속에서,

우리는 분명 서로에게 이별을 고하고 있었다.

그가 내 마음을 몰라주는 것 같아 답답했다.

나는 그가 아무렇지 않게 다가와

그냥 예전처럼 나를 안아줄 줄 알았다.

뭔가 잘못됐다.

이유를 몰라 더 답답하다.


-


어느 날, 그녀가 내 SNS를 팔로우했다.

눈을 의심했다.

왜?

그저 한 줄 메시지일 뿐인데...

순간, 말라버린 그녀와의 추억이

물이 밀려 들어오듯 온몸에 퍼져나갔다.

넘치는 너울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다가

곧 그 물의 시리도록 차가운 온도에 깜짝 놀랐다.


-


그가 내게 말했다.

“네가, 네 입으로 이별을 말했어.”

나는 버럭 화를 냈다.

“그럴 리 없어. 난 그런 말 한 적 없어.”

하지만 그 화가 끝내하지 말아야 할 말을 꺼냈다.

“… 알겠어.”

그 말이 너무 서러워

이해조차 못하는 그가 밉기만 했다.

정말 이별이 내 책임인 걸까.

서둘러 대화를 끝냈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눈물이 흘러내려 심장을 쓸고 내려갔고,

이제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


너무 궁금해서 그녀의 SNS를 들여다봤다.

친구들과 함께 웃고 있는 사진이 보였다.

나를 만나기 전에도 그녀는 이렇게 예뻤다.

눈을 뗄 수 없었다.

이제 나도 그녀를 놓아주어야겠다.

그녀의 팔로우 요청을 조용히 수락했다.


-


그는 언제나 나에게 잘해주었다.

먼저 바라봐주고,

내가 눈길을 거둘 때까지 눈을 떼지 않았다.

걸음을 맞춰주고, 손을 꼭 잡아주었다.

하지만,

성공에 대한 갈망이 강했던 그는

늘 무언가에 쫓기듯 살았다.

인생을 즐기기보다는

앞만 보고 달려가는 사람 같았다.

그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


이제는 전보다 그녀를 볼 때 마음이 덜 흔들린다.

하지만, 낯선 남자와 함께 찍은 사진을 보면

나도 모르게 그녀보다 그 옆의 사람에게 눈이 간다.

보고 싶지 않은데,

손과 눈은 나보다 먼저 그곳에 닿아 있다.


-


가득 찬 낡은 물건들을 치운 방처럼, 마음이 공허하다.

그 자리는 서서히 다른 것들로 채워졌고,

내 감정도 그렇게 변해갔다.

그러다 문득,

치우지 못한 감정 하나가 그를 떠올리게 했다.

잘 지내는지 궁금했다.

SNS에 들어가 팔로우 신청을 했다.

며칠 후, 그는 조용히 수락했지만

그 어떤 것도 올리지 않았다.

내 사진 하나를 올려본다.

그가 우연히 마주친 내 모습을 보고

나를 떠올리길 바라며.

그는... 잘 지내고 있을까?


-


이제는 마음이 조금 진정되었는지,

눈과 손이 내 말을 따라준다.

상단 알림 창에

그녀가 웃는 사진을 올렸다는 메시지가 떴지만

나는 애써 손가락을 접는다.

나도, 그녀도

잘 지내고 있다.

우리는

아름다운 이별의 마지막 장을

조용히 써 내려가고 있다.


-


우연히 길에서 그를 마주쳤다.

순간, 모든 소리가 멈췄다.

정신없이 이별하느라

제대로 인사조차 못 했던 그에게

무심결에 인사를 건넸다.

그는

얼굴이 굳은 채,

아무 말 없이 지나쳐갔다.

그가 왜 그런 표정을 지었는지

나는 알 수 없었다.

바라보지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다가,

그의 뒷모습을 확인하고 싶어

고개를 돌렸다.

그가 고개를 숙인 채,

작게 떨고 있었다.


-


멀리서, 그녀와 닮은 사람이 보였다.

온몸의 신경이 곤두섰다.

눈은 애써 다른 곳을 향했지만

한 걸음, 또 한 걸음 내딛을수록

그녀는 더욱 선명하게 떠올랐다.

순식간에 그녀 앞에 닿았다.

그녀가 인사를 건넸다.

“어... 오빠? 아... 안녕?”

목구멍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치밀어 올라

순식간에 머리끝까지 번져버렸다.

그리고 멈출 수 없었다.

멀어지는 그녀의 발걸음이

내 귀를 당겨댔다.

끝내,

눈앞이 흐려졌다.

그렇게

눌러왔던 울음이

사정없이 터져 나왔다.


-


분노가 순식간에 알 수 없는 감정으로 변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항상 나에게 달려왔던 그가 모른 척 지나쳤다.

내가 달려가 안아줘야 하나...

하지만 무섭다.

그가 울고 있는 것 같다.

나는 눈물조차 흘릴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


그 사람은 어떨까...

나 만큼 힘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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