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정말 나일까?』(요시타케 신스케 글그림, 주니어김영사, 2016)
난 나로 살지 못했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부러워하며 살았다. 좋다고 느끼면 따라 했다. 심지어 정해주는 게 편했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말은 과거의 나를 두고 한말이다.
우리 아이가 좋아하는 그림책 중 『이게 정말 나일까?』(요시타케 신스케 글그림, 주니어김영사, 2016)은 주인공 지후가 숙제, 심부름, 방청소 등 싫은 일을 피하기 위해 ‘로봇’ 하나를 사서 ‘가짜 나 작전’을 계획하는 이야기다. 지후의 가족과 이름, 겉모습,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 지후가 남긴 흔적, 다른 사람이 보는 지후에 대해 자신의 모습을 다각도로 가짜 ‘나’가 되어줄 로봇에게 설명한다. 그러는 과정에서 자신이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존재임을 깨닫는다. 표현 능력과 언어의 한계로 그림책의 다양한 표정과 유머러스한 코드, 지후와 로봇의 귀여운 모습, 따뜻한 색감 등을 텍스트로 모두 옮기지 못해 안타깝다. 40년간 찾지 못한 나를 사랑해야 할 이유를 알려주다니. 어른의 책으로도 손색이 없다.
나의 가치관 중 하나가 ‘나를 사랑하자!’다. 이기적으로 보여 망설였다. 한 치도 예측할 수 없는 급변하는 세상. 성장을 당연하게 여기는 경제는 완만한 곡선에 접어드니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그 사이에 젊은이들의 사회진출은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며, 정치는 여전히 구태의연한 싸움을 벗어나지 못하고, 강대국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정세 또한 여전하며, 불난데 부채질하는 격으로 각종 흉악범 기사가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하고, 성실하고 노래 잘하는 어느 20대 젊은 가수는 스스로 우리 곁을 떠나는 비극적인 일이 발생하는 가운데 ‘나를 사랑하겠다’는 난 참 이질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가치관은 버리지 못하겠다. 나를 사랑해야 남도 사랑할 수 있음을 안다. 내가 보는 세상은 내가 아는 만큼, 내 그릇만큼 보인다. 내 그릇이 예쁘면 사랑스럽게 보게 되고 내 그릇이 나쁘면 선의의 행동도 오해하고 의심하며 보게 된다. 내가 싫어하기 때문에 감춰둔 나의 모습을 타인의 행동에서 발견하게 된다. 그 사람을 미워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나에게 감춰진(남에게 보여주지 않는) 모습을 미워하는 것이다. 결국 나에게 보여지는 모습은 그것이 좋든 싫든 모두 내 안에 있다는 뜻이다. 나를 사랑해야 남도 사랑할 수 있다.
그림책의 지후처럼 이 세상 단 하나뿐인 존재인 것만으로 ‘사랑할’ 그리고 ‘사랑받을’ 이유는 충분하다. 지후처럼 자기 자신을 찬찬히 뜯어볼 것을 감히 권유한다. '나'의 유일함이 평범하면서 특별한 존재임을 일깨운다. 나 자신을 제대로 보지 못해 남의 생각에 기대어 그 들에 따라 들쭉날쭉 이리저리 흔들리고 헤맸던 이 전의 나를 반성하는 의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