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발견
다이어트 중이다. 14세 이후 평생 하고 있다. 운 좋게 몇년 전에 꾸준히 하고 싶은 운동을 만났고 오늘도 하고 왔다. 이번 주는 이벤트가 끝나는 주다. 3주 전, 인바디를 제출했고 체지방을 가장 많이 뺀 사람에게 한 달 무료 쿠폰을 준다. 쿠폰에 욕심이 나진 않는다. 난 무릎과 허리가 허락하는 날까지 스피닝을 탈 사람이다. 그 많은 날 중 한 달 돈 안낸다고 부자가 되지 않는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있다. 다만 이번 기회로 체지방의 변화가 조금이라도 있었으면 하고 바랬다.
이 또한 쉽지 않다. 쌍둥이를 가졌다가 내 보낸 배의 용량은 생각보다 크다. 그 때 올라가서 내려올 줄 모르는 치골과 벌어진 갈비뼈, 그 안에 편안하게 자리잡은 내부 장기들은 운동성이 약해져서 축 늘어져 있다가 음식물만 들어가면 소화를 못시켜 다른 신체 기관까지 마비시킨다. 더부룩하면서 잠이 쏟아지는 것이다. 매일 커피를 쏟아 부어 만성 염증에 시달리는 위와 폭식에 익숙한 장은 주기적인 위식도염이나 변비를 통해 자기들의 존재를 알린다. 벌어진 골반 밑으로 살들이 모여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 다이어트도 젊었을 때 해야 한다. 운동을 열심히 해도 저울 눈금은 왼쪽으로도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아예 잊은듯 하다.
오늘도 50분을 쭉 타고 한 번 더 탈까를 고민했다. 월요일이라 몸도 부쩍 무거웠다. 오전에 스피닝을 탄 후 땀을 쫙 빼면 빠진 땀 만큼은 가벼웠는데 기운이 없었다. 그래도 이번주가 이벤트 마지막인데. 다음 주는 추석이라 운동도 못하니 한 타임 더 타고 싶은 마음과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 저울질할 때 옆에 앉아 있던 동생의 한 마디.
"언니, 세 곡만 더 타요!"
한 타임에 12곡 정도를 탄다. 3곡 더 하는 건 만만하게 느껴졌다. "오케이"
그리하여 두 타임을 쭉 탔다. 두 타임 타기는 부담스러운데 3곡만 더 타자는 제안이 두 타임을 모두 타게 했다. 뭔가를 하거나 배우고 싶을 때는 그리 거창한 목표는 필요없다. 그냥 쉬운 것부터, 지금 당장 손에 잡히는 것부터, 조금씩 보태며 하면 된다는 걸 새삼 경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