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발견
입 안에 곰팡이가 생길 것 같다. 말을 나눌 곳이 없다. 말은 손가락이 쓰고, 듣는 건 조그만 사각형을 들여다 보는 것으로 해결된다. 이대로 진화한다면 인간의 얼굴 중 귀와 입이 가장 먼저 퇴화할 것이다. 몽고반점 처럼 흐릿하게, 꼬리뼈처럼 뭉툭하게. '존재했음'만 증명하게 될지도 모른다.
딸내미는 학원 끝나고 친구네 갔고, 아들은 피아노 학원에서 만난 형아들의 게임을 구경하고 온다. 남편이야 말해 무엇하랴. 월급쟁이가 애들보다 일찍 오는 날이 있다면 그게 더 큰 걱정 아닌가.
내 입은 3일간 8시간 씩 오로지 먹는 일에만 쓰였다. 신종 곰팡이가 있다면 그건 말을 나눌 사람이 없어 닫혀진 내 입에서 균사를 퍼뜨릴 것이고 그 균의 이름은 '나 혼자 산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