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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리고 살리고 Jan 12. 2019

식탁, 아니 방석의 고마움

사소한 발견

아침에 일어나 남편의 밥상을 차린다. 남편은 식탁에 혼자 앉아 밥을 먹고 치운 후 회사에 간다.


1시간 반 자고 일어나 또 아침을 차린다. 아이가 식탁에 앉아 밥을 먹는다. 먹은 음식을 치운 후, 아이는 수학 문제집을 펼친다. 채점도 하고 틀린 것은 다시 푼다. 식탁에 놓아둔 물통을 가방에 넣는다. 그리고는 학교에 간다.


나는 식탁에 앉아 핸드폰을 본다. 필사할 책을 놓고 쓰다가 운동을 가기도 하고 핸폰만 쭉 볼 때도 있다. 운동 후 나만의 점심을 차린다. 창문을 통해 바깥 풍경을 보면서 조용히 먹는다. 드디어 평화가! 마음도 풍경도 정지화면 같다. 


저녁 풍경은 복잡하다. 책과 음식이 식탁의 반반 씩을 차지하고 있다. 아이는 색연필을 다 꺼내어놓고 그림일기를 그리기도 하고 장난감도 꺼내 놓는다.  한쪽으로 쓱 밀어넣고 차린 저녁밥상이 순식간에 술상으로 바뀌기도 한다. 식탁은 우리 가족의 일과가 고스란히 보여지는 현장이자 일터다.


겨울이 되니 식탁의자가 너무 딱딱하고 차가워 아이들에게 방석을 사줬다. 늦은감이 없지 않다. 방석이 부드럽다며 인형처럼 쓰다듬어 주고 앉는다. 방석이 인형이 되기도 하는 아이들의 경계 없는 행동이 참 귀엽다. 우리 식탁도 마찬가지다. 경계가 없다. 식탁이자 책상이자 술상이다. 


부드럽고 푹신한 방석 덕분에 식탁에서 무언가를 하는 일이 더 많아졌다. 2만원으로 아이 방에 책상을 들이는 걸 미룰 수 있게 됐다. 책상 두 세트는 너무 비싸다.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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