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고에서 입시를 준비한다는것은
엄청 쉬웠다는 6월 모평의 결과과 가히 충격적이다.
특히 국어
본인의 말로는
시험 보는데 갑자기 똥이 마려워서..낑낑대다
비문학 2개의 지문을 거의 통으로 날렸단다.
오~ 신이시여
어쩌면 결과는 예측가능한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본인의 방에 굴을 파고 들어앉아
도대체 무얼하는지 정확히는 알수 없지만(엄마의 생각)
나름대로 학원 숙제도 하고, 기출문제도 풀었던(아들의 생각)
겨울방학
한달에 500만원씩 하는 윈터스쿨에서 이를 갈은 학생들에게 밀린건지
모든 엄마들이 부러워하는 투철한 경쟁 의식과 뚝심으로 뭉친 엉덩이의 힘에 도태된건지
그렇게 중요한다는 고3이 되어서 계속 무너지고 있는 아들.
6월 모평 전날 대선이 있었다.
원래의 모평 날짜는 대선일. 윤석열 때문에 모평 날짜도 바뀌었다.
아...참....윤석열은 우리 2007년생 돼지띠하고는 왠수인것이 분명하다.
할말이 많지만 다음으로 미루겠다. 사실 오늘 맥주를 많이 마셔서 조금은 감정적이다.
마침 아이의 생일이 지나서 대선의 투표권이 있었다.
나는 아직도 기댈곳 없는 타지에서 말이 느린 아이를 키우면서 버벅거리는 초짜 엄마같은데, 아이는 그새 자라서 작년 겨울방학에는 병역준비역을 알리는 통지서가 날라오더니
(병역준비역통지서: 당신은 언제든지 신검을 받고 군대를 갈수 있습니다. 단 한명의 군역 준비자를 놓치지 않겠다는 대한민국 행정력 짱짱짱!!!)
올해는 대선 투표권까지...정말이지 다 컸구나...
점심시간이 지난 늦은 오후 온 식구가 나서 투표를 마치고
대선 결과를 기다리며 철없는 엄마아빠는 맥주 캔을 땄지.
아들은 다음날 시험을 망치고
배가 너무 아팠다고, 똥이 마려웠는데 참았다고 핑계를 댔다.
사실.
6월 모의고사를 중요하게 생각했던 이유는
그동안의 모의고사는 교육청에서 출제하지만 6월 모평은 평가원에서 출제하기 때문에 기존과는 다른 출제 경향,
그동안은 현역생들끼리의 등급 산출이지만 6월 모평은 재수생의 참여라는 엄청난 참여 구성원의 변동,
2026학년도 수능 출제 경향을 미리 예측해볼 수 있는 데이터
어쩌고, 저쩌고....
생각해본다.
교육청 선생님들이 출제하는 시험문제에서는 매번 1등급을 받던 아이가
왜 평가원 문제에서는 무너지는가...
단순히 재수생의 유입이 문제인가?
평가원의 문제와 교육청 교사들의 출제 경향이 다르니 수능 준비는 기존의 모의고사 준비와는 달라야 된다고 사교육 업체에서는 강조! 강조!를 한다.
사실 학생들의 과목별 성취수준을 제일 잘 파악하고 있는건 교육청 학력평가 문제를 내는 고등학교 선생님들 아닌가?
현재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고등학교 4학년, 재수는 필수라는 자조어린 농담이 돌고 있다.
현재의 입시제도에서 특히 정시는 재수생이 절대적으로 유리한것은 불문율의 사실이다.
지난번 고려대 입시설명회에서 정시 합격생의 70%가 재수생이라고 했다.
정말이지 현직 교사인 나도 깜짝 놀랐다.
이러한 사실을 교육부는 알고 있는가?
알고 있는데도 방치하고 있는가?
문재인 정권의 최대 실책 중 하나를 부동산 정책을 뽑는 사람들이 많지만,
나는 이보다 더한 실책이 문재인 정권의 대입제도 개편안이라고 본다.
많은 학교의 입시 전형을 들여다보면
일반고에 대한 배려와 차별이 동시에 느껴진다.
일반고 진흥 정책에 대한 정부의 입김 때문인지 이른바 상위원 대학들이
입시 전형중 일정 부분을 일반고 학생, 혹은 지역 일반고 학생을 위한 학교장 추천으로 운영하고 있다. (배려)
하지만 학교장 추천을 받은 학생들에게 대부분의 상위권 대학들은 3합 7이라는 수능 최저를 요구한다. 그리고 상위권 대학들은 학교장 추천으로 이루어지는 교과전형에 매우 적은 학부(학과) 인원을 배정한다. 또는 삼성이나 SK, 하이닉스 같은 대기업과 맺은 계약학과에는 아예 학교장 추천 전형(교과전형)에 인원을 배정하지 않는다.(성균관대학)(차별)
어디 산골의 학생들이 1점대의 내신으로 자신들의 대학을 공략하는게 두려운가(이미 이들은 농어촌전형을 노리고 있다), 해당 대학에 학교장 추천 전형을 지원하는 대부분의 일반고 학생들은 지방의 대소도시들의 학생이다. 이들이 학교장 추천을 받았다는것은 (서울대는 2명, 고려대는 12명, 연세대는 10명이다) 이미 그 자체로 자질이 훌륭하다는 증표이다. (영재고를 제외한 이외의 특목고, 자사고 역시 별도의 시험 없이 내신과 면접으로 선발된다. 즉 일반고의 상위권 학생들과 특고, 자사고의 상위권 학생들의 자질이 크게 다르지 않을 수있다. 물론 집단 전체를 놓고 본것은 아니다. 집단 전체를 봤을때 특목, 자사고의 학생들이 우월하겠지만 일반고의 1~2등급의 상위권 학생들만 따로 떼어놓았을데 과연 특목, 자사고의 학생들이 월등할까....누가 이거 연구 좀 해줘요)
어쨌든....
입시제도가 간편하고 간략한 것이 좋은가?
아니다.
입시제도는 섬세하고 다양해서 다양한 학생들을 선발해내는 것이 좋다.
그 과정에서 일반고 학생들이 차별받는 요소가 없는지 학생, 학부모, 교육단체가 섬세하게 관심을 가질 필요는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건 수능의 비율을 줄여나가는 것이다.
고등학교에서 수능을 학생들에게 준비시키는 교사는 일반고에서 거의 없다.
그럴 시간이 없다. (그러니 학생들은 더더더더더욱 더 없습니다.)
나도 얼마전에 고3 세계사 기말고사 시험 문제를 냈다. 1등급 인원이 단 1명이었기에 머리를 싸매고, 온갖 더러운 방법을 동원하여(해당 연도의 숫자를 바꾸거나, 16세기에 일어난 유럽 대륙의 사건들을 시간순으로 나열하게 하는 비열한 방법을 동원했다. 역사와 세계사를 사랑하는 진정한 역사 오타쿠들이여 미안하다..)어렵게 어렵게 냈다. 이제는, 세특에 기록하기 위한 수행평가 실시 및 심화탐구 발표를 학생들에게 준비시키고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수능, 정시는 누굴 위한 제도인가?
1등급을 가리기 위해 오늘도 수능 문제를 출제하는 평가원 관계자들은 괴랄하고 이해 불가한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 EBS 연계? 개나 물어가라고 해라.
6월 모평의 미적분이 어려웠는데, 우리 학교의 수학 선생도 킬러 문제 하나 푸는데 3~4시간이 걸렸다고 하더라.
그리고 똭! 사설 학원 설명회를 갔더니, 이렇게 예측하더라.
"어머니들~이번 수능은 미적분이예요. 사탐런때문에 탐구에서 의대 극상위권을 가리지 못하게 됐으니..아마도 미적분에서 극상위권을 가릴려고 할거예요"
이건 뭐지?
화가 나더라.
의대 가는 극상위권을 가리기 위해 나머지 학생들은 킬러킬러킬러 문제의 희생양이 되어야한다?
재수를 부추기는 사회
나는 아들을 일반고에 진학시키면서 우리 아들의 입시 경쟁자들은 이른바 특목고/자사고 학생들인줄 았았다.
그런데 이제는 어마어마한 재수생들하고도 경쟁해야하는것이다. 에고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