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에 가봤어?

입시 상담을 다녀와서2 혹은 담임상담과 대치동컨설팅

by sallala

원래의 계획은 이랬다.

여름방학 시작하고 나서 첫번째 컨설팅을 받는다, 이때에는 대략의 수시지원 대학과 전형의 아우트라인을 잡고, 아직 마감되지 않은 3학년 1학기의 생기부에 첨가할 부분에 대해 조언 받는다. 무엇보다 컨설팅을 통해 여름방학을 앞둔 아이의 정신 상태를 다잡는다.

두번째 컨설팅을 받는다. 이때에는 전문가와 함께 6장+알파의 수시 지원 대학을 90% 확정짓는다.

마지막으로 담임을 만단다. 수시 지원 희망 대학을 말씀드리고 합격 여부에 대한 선생님의 의견을 듣는다. 아이와 비슷한 성적대의 학생들이 지원한 대학과 전형, 입결에 대한 정보를 얻고, 학교장추천서 제출에 대해서도 의논한다. (학교장추천서는 담임의 추천이 필요하다.)

하지만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개학 전 담임선생님과의 수시 상담을 마무리지어야 했고(그러니까 너무 빨랐고), 대치동의 컨설팅은 개학 바로전 토요일로 예약되었다. (그러니까 조금 늦었다.)

나란 인간이 원래 그렇다. 죽어라 계획을 세워두면 항상 어딘가에 걸려 버벅거리게 되는 돌발상황이 발생하곤 했다. 그렇다고 욕심내지 않고 무사태평 안일하게, 안분지족 지내고 있으면 어딘가에서 불쑥 귀인이 나타나 선견지명이 담긴 귀중한 정보를 전해주고 사라지거나,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 앞길을 안내해주는 따위의 일은 절대로 네버 일어나지 않았다. 계획을 세워도 뜻대로 되지 않아 힘들고, 계획을 안세우면 그야말로 모든 일들이 엉망진창 뒤죽박죽이 되곤 하였다. 그러니까 100을 얻기 위해서 150을 노력해야하는 그야말로 평범한 혹은 평범 이하의 운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라고나 할까?


한티역에서 내려 지하철 입구를 나왔을때 어지러웠다. 어지러운게 전날 마신 맥주 때문인지, 사람들 때문인지 알수 없었다. 그렇다...사람들....한없이 물결처럼 다가오는 사람들...청소년 사람들... 중고등학생 사람들.

마침 점심시간이여서 그랬을까? 거리마다 청소년들이 바글바글댔다.

나름 지방 광역시에 살고 있고, 내가 살고 있는 지방에도 일명 유명한 학원가가 존재하기는 하는데, 이건 뭐 그 규모와 다양성에 있어서 비교 불가, 쨉도 안 되겠다 싶었다.


익히 들어서 알고 있는 대형 학원들의 본원은 대치동 도로변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양한 과목의 다양한 강사의 이름을 내건 중소 규모의 학원들이 골목, 골목마다 즐비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마침 점심시간이어서 남편과 백반집에 들어갔다. 고등어백반, 코다리백반, 김치찌개백반 등을 파는 곳이었다. 점심을 먹는 학생들 틈바구니에서 밥을 먹었다. 양 옆 테이블에는 고1 혹은 중3으로 보이는 남학생 넷, 초6~중1 정도로 보이는 남학생 둘이 앉아 고등어의 가시를 발라내고 있었다. 아이들은 줄곧 학원 수업 얘기, 과학 선택과목 얘기, 모의고사 점수 얘기를 하면서 밥을 먹었다. 특히나 어려 보이던 남학생 둘은 서로의 과학 선택과목을 물으며, 생명과학을 할 것인지 지구과학을 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토론에 임하고 있었다. 세상에, 저 나이에 우리 아들은 진짜 얘기 같았는데!(물론 진짜 얘기였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음흉한 그 속을 누가 알리라~) 짧은 식사시간 동안 엿들은 단순한 대화만 들어봐도 아이들이 얼마나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개학학고 학생들에게 '얘들아 공부만 치면 너희들은 진짜 숨만 쉬고 있는 거야.... 대치동 아이들은 수능 준비를 중학교 때부터 하고 있더라~ 우리가 믿을 곳은 내신! 내신! 밖에 없데이~~'하고 말해줬다.


자, 본론.

대치동에서 컨설팅을 받았다. 한 시간가량 진행된 컨설팅에서 소장이라 불리는 컨설턴트는 우선 아이의 생기부를 분석하고(세특의 여러 문제를 지적하고, 생기부의 수준이 좋은 편이 아니라고 했다. 어떤 부분은 수긍하면서도 어떤 부분은 화가 났다. 일반고에서 도대체 과목별 심화 탐구활동을 더 이상 어떻게 하라는 건지... 영어세특에 물리 내용이 써져있는데, 그게 학생 잘못인가? 학기말에 선생님께서 나름 진로에 맞게 잘 써주신다는 의도로 발표도 시키고 활동도 시키면서 써주신 건데.. 그 선생님이 입시의 경향을 잘 모르는 올드한 분이신 게 학생의 잘못은 아니지 않은가?), 아이의 대학 성적 환산점수를 알려주고(이것은 진학사나 어디가 사이트에 들어가면 다 알 수 있다), 각 대학의 전형별 학과의 3년 치 입결의 50%, 70% 컷의 엑셀 자료를 보여주며, 내가 미리 보낸 희망 대학 리스트의 합격 여부에 대해 말해주고, 자신이 추천하는 대학과 전형 리스트에 대해 알려주었다. 그리고 그밖에 소소하게 내가 궁금한 것들에 대해 질문했다. 생기부가 특출 나지 않는 지방 일반고 학생에게는 대부분 교과전형이나 지역인재전형을 추천했다. 한 시간은 후딱 갔다.

상담받고 나왔는데,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대치동에 가기 이틀 전 담임 선생님과의 상담이 있었다.

지치도록 쨍한 더운 여름날. 마침 자동차의 에어컨도 시원찮은 바람에 땀을 뻘뻘 흘리며 찾아간 3학년 교무실. 으~미~ 긴장돼. 나도 교사지만 아이의 담임 선생님을 만나는 일은 언제나 긴장되는 법이다. 더군다나 중학 3년은 코로나 여파로, 고등학교 1~2학년때는 다들 개인 상담을 하지 않는 분위기니까. 그리하여 초등학교 졸업하고 나서 처음으로 담임 상담이라는 걸 하게 됐다.

전국의 일반고등학교의 고3 담임들이 사용하는 대교협 프로그램이 있다. 고3 담임을 안 해봐서 나도 사실 처음 봤다. 커다란 액정 화면을 학부모가 보기 편하게 위치시켜 놓고, 담임이 노트북에서 우리 아이를 클릭하면 아이에 대한 전체적인 성적 정보가 나타나고, 또 희망대학의 전형 및 학과를 선택하면 전년도 입시 결과에서 우리 아이가 차지하는 위치, 그리고 전년도에 그 학과를 지원한 합격 하거나 불합격한 학생의 점수 및 그 학생이 지원한 대학 리스트까지 볼 수 있었다. 그 희망대학과 전형, 학과가 적절하다고 판단되면 장바구니에 넣듯이 학생별 희망대학리스트에 넣어두면 되는 방식이었다. 사실상 전국의 모든 고3 담임들이 입력한 수년간의 데이터가 계속해서 업데이트되고 있는 듯했다.


수업시간에 나는 학생들에게 대치동에서의 경험을 말해주며, 이런 말을 했다.

'원서 쓸 때, 굳이 대치동까지 갈 필요는 없을 것 같아. 담임 선생님이 가지고 있는 프로그램이 너무 훌륭해서 깜짝 놀랐어~, 걱정하지 말고, 너희는 공부하고 생기부 활동만 열심히 하면 돼~'


두 번의 입시 상담을 마치면서,

이 상담이 정말 필요했는지, 아니었는지, 돈만 아까운 건 아니였는지, 정말~정말~고개를 갸웃 뚱하게 만드는 두 번의 입시 상담을 마치면서 나는 이 경험을 통해 무엇을 얻었나 생각해본다.

사실 나는 입시 상담을 가기 전에 하던 고민을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다. 그 어느곳도 나에게 해결잭을 주지 않았다.

그러니까 결국 마지막 선택은 우리가 하는 것이다.

상위 라인을 어디까지, 아래 라이을 어디까지 잡을 것인지... 욕심을 부릴 것인지, 욕심을 내려놓을 것인지..


돌이켜보니, 대치동을 찾아갔던 이유가 정리됐다.

사교육에 메카 대치동에서 이런 걸 바란 것이다. 예를 들어 성적이 조금 혹은 많이 부족해서 상향인 대학에 지원해 볼 수 있는 전형이 있을지에 대한 정보, 노하우, 팁, 꼼수... 등등

50컷, 70컷에 대한 자료를 가지고 입결을 예측해 보는 것은 진학사나 어디가 사이트를 통해 학부모도 학생도 할 수 있다. 담임선생님은 전문가보다 더 좋은 데이터를 이미 가지고 계시다.


그런데 대치동의 컨설턴트는 어떤 노하우나 꼼수도 알려주지 않았다. 매우 매우 안정적이고 지당한 말씀한 하시고 컨설팅 내용을 메일로 보내주었다.


그래서 좀 놀랬다. 담임 선생님이 해맑은 목소리로 오히려 대치동의 컨설턴트보다 상향의 리스트를 잡아주었다. 나 기분 좋으라고 하신 건 아니겠지.. 그런데 왜지? 보통 학교 선생님들이 더 하향으로 라인을 잡지 않나?

하긴, 요즘은 아닌 것 같기도 하더라. 일반고에서도 학종에 많이 지원하고.


왜일까.... 무슨 차이가 있을까...

아.... 선생님은 우리 아이를 알고 있다. 아이의 성향, 태도, 집안 환경, 적성, 공부 이외의 다양한 능력.. 등등...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에 대한 애정이 있다. 이 아이가 원하는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를 간절하게 바라는 애정, 점심 급식을 자주 거르는 것 같고 기운이 없어 보인다고 걱정하는 담임만의 관심. (학교 급식을 자주 거른다는 말을 듣고 부모인 나의 가슴은 철렁 내려앉았다. 대학이고 나발이고 왜 밥을 안 먹는지 궁금하고, 걱정되고, 화가 나고 그러면서 마음이 아팠다.)

합리적이겠지만 냉정한 태도로 아이의 생기부와 성적만을 토대로 컨설팅을 하는(그것도 달랑 1시간) 대치동의 컨설턴트와 담임선생님과의 차이는 학생에 대한 마음 아닐까?


지방에 살고있는 학부모님들, 굳이 대치동에 가시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금전적 여유가 되신다면 생기부 작성을 위해 고1때 한번쯤은 받아보는걸 추천해보기도합니다.


궁금한 것은 못 참는 학부모가 경험한 컨설팅 후기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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