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모평을 보고 나서.. 그리고 수시원서를 작성하며
내가 누군가를 미워해서 이런 일이 벌어졌나?
내 자신을 반성해본다. 요즘 직장에서 자주 나의 신경을 건드리며 빈정대는 누군가를 열심히 미워하곤 했는데, 그 때문에 벌을 받았나?
아이는 제법 야심 차게 9월 모평을 봤다.
제출했던 학교장 추천서 신청서가 모두 통과되었고, 특히 워낙 추천 인원이 적어 선발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던 대학의 추천서가 통과되면서 한결 얼굴 표정이 좋아졌다.
나는 이 9월 모평 점수를 어떻게 받아들여햐 할지 모르겠다.
수학은 1등급, 영어는 2등급.. 그래 좋아.. 그런데 국어는 4등급. 올 3월부터 무너지기 시작한 국어 점수는 끝간데를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겨우 교과전형의 3합 7은 맞췄지만, 몹시 불안해졌다. 불안해지기는 아이도 마찬가지였을 테지.
더군다나, 모평을 보고 난 다음날까지 학교장추천서의 추가 신청서와 이미 제출한 학교장 추천서의 취소 신청서를 제출해야 했다.
마음이 다급해졌다. 만약에 수능에서 3합 7을 맞추지 못한다면 어떻게 되는 거지?
나는 당연히 3합 7을 맞춘다는 조건 아래 수시 원서 6장 중에 한 개만 빼고, 교과이든 종합이든 수능 최저가 설정되어 있는 전형을 배치하고 있었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문제.. 수능 최저충족 문제... 만약에 국어 성적이 이대로이고 수학이 2등급, 영어가 2등급이면 사실상 수능 최저에서 우르르 무너지게 될 것이다. 그런데 거의 모든 전형에 수능 최저가 걸려있다.
학교에서는 다음날까지 최소신청서와 추가신청서를 제출하라고 한다.
잠을 한숨도 자지 못했다.
어떻게 하지? 수능 최저가 낮은 대학으로 대학 레벨을 한 단계 낮춰야 하나?
현재 설정해 놓은 마지막 라인의 대학을 수능 최저가 없는 전형과 있는 전형으로 2개 넣어야 하나?
대학 하나를 안정권으로 쓴다면, 위에 대학들을 조금 높게 지를 수 있겠지? 그러면 중간 수준의 대학들 중 하나의 추천서를 포기해야 하나? 아~~~ 어느 대학을 포기하지?
진학사 사이트를 들어갔다, 나갔다, 들락날락....
각 대학, 전형마다 50퍼컷, 70퍼컷을 정리해 놓은 파일을 들여다보고...
밤이 지나고, 새벽이 다가오고, 아침이 밝아오는 중에도 나는 마음의 정리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출근준비를 해야 하는 시간.
나는 아이를 깨우고, 아이가 씻는 동안, 취소신청서와 추가신청서를 작성했다.
담임선생님께 드릴 메모도 작성했다.
아이가 등교 준비를 하고 식탁에 앉자 나는 오랜만에 큰소리로 아이를 꾸짖었다.
네가 수학을 못하면 이해를 하겠어, 그런데 국어야, 국어가 저 등급이라는 것은 네가 정말 노력을 안 했다는 거야. 너는 학원 숙제 하는 게 수능 공부의 전부인데, 국어 숙제 꼴랑 하고 금요일마다 게임을 하지. 토요일에도 하지. 네가 왜 과탐도 못하는지 알아? 지구과학 학원은 일요일이고, 물리 학원은 월요일이잖아. 주말 내내 놀고 학원가니까 집중이 잘 안되는거겠지...다다다다....
아이의 콧잔등이 시뻘개졌다.
마음이 아팠다.
학교에 출근해서 친한 국어쌤께 답답한 마음을 토로하니, 수능 문학 파트 문제가 지문은 모두 알만한 작품인데, 답지를 베베 꼬아 내서 우리 학교 아이들도 힘들어했다고...그말이 들으니 아이가 더욱 짠해졌다.
아이는 1,2학년때 모의고사 문제를 잘 풀었다. 1학년 6모때는 전교 2등을 해서 놀라움을 선사하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3학년이 되니, 성적이 뚝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아이의 한계였다.
아이는 처음부터 끝까지 변함없이 잘하는 스타일도 아니고, 처음에 고전하다가 나중에 가서 뒷심을 발휘하는 스타일도 아니다. 처음에 반짝 집중해서 두각을 나타내다가 뒤로 갈수록 집중력이 흩트려지는 편이었다.
아이의 잘못은 아니다. 나는 아이의 잘못이라고 큰소리를 쳤지만, 나도 그렇고, 남편도 그렇고, 우리 가족 모두는 뒷심이 약한 편이다. 기존의 룰을 따르기보다는 보다 더 편리하게, 보다 더 기발하게 업무를 이끌다가 어느새 제풀에 지쳐 꺾이는, 우리 부부도 약간 용두사미유형인 것이다.
그나저나, 아이는 신청서를 잘 제출했을려나...
대학의 레벨을 한단계 낮추고, 적정이라고 생각했던 대학의 추천서를 하나 제하고,
지금 나는 마음이 몹시 쓰라렸다.
내가 정한 대학의 리스트가 적합한지 너무나 불안하다.
2025학년도 입학생부터는 다행히도 9월 모평이 8월로 앞당겨진다고 한다.
당연히 그래야한다. 이미 추천서도 다 제출하고 지원할 대학의 리스트도 다 결정된 상황에서 재수생까지 응시하는 모의고사가 9월 4일에 실시된다니....9월8일부터 당장 수시원서 접수인데 ㅠㅠㅠ
이번 1학년부터는 어젯밤의 나와 같은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