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망디 여행의 시작
6년 만에 다시 찾은 샤를 드골 공항은 여전히 낯설었다.
예비신랑과 우린 같은 비행기를 탔고, 우리의 예비신부 산드린은 벌써 예전에 결혼식 준비 때문에 프랑스에 가 있었기 때문에 공항에서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봉주르~" 하며 프랑스식 뺨 인사 비쥬와 함께 산드린의 온 가족이 우릴 반겨주었다. 빨강머리 앤에 나올 법 한 인상 좋아 보이는 아주머니와 아저씨 느낌의 산드린의 부모님은 계속 생글생글 웃으셨다. 긴 인사를 마치고 예비신랑과 신부는 결혼식 준비를 위해 본인들의 집으로 향해야 했으므로, 우리도 우리의 결혼식 참석 전 긴 여정을 위하여 발걸음을 떼었다. 결혼식 전날 리허설 디너에 참석하기로 하고 우린 공항에서 헤어졌다.
일단 이번 프랑스 노르망디 여행의 첫 관문은 "렌터카"였다.
나도 남편도 사실 한 번도 유럽에서 운전해 본 적이 없으므로 이걸 정말 해야 하나 고민하기도 했지만, 남편은 장모님과 처제 그리고 부인 앞에서 약한 모습을 모이면 안 되었으므로 선택권 없이 나의 결정에 따라야 했다. 아니나 다를까 첫 관문은 예상대로 험난했다. 프랑스에 오기 전에 허츠 렌터카에서 미리 할인을 받아 오긴 했는데, 그것을 증명할 웹페이지가 아주 열악한 인터넷 환경 때문에 열리지 않는 것이었다. 이럴 수가.. 그냥 이름이나 전화번호만 말해도 척척 알아서 입력해서 내 예약을 확인해주는 거에 익숙한 나로서는 너무 답답하고 황당했지만, 증거가 없으니 원래 예약한 가격보다 약 1.5배 비싸게 부르는 창구직원에 제대로 따질 수도 없었다. 정말 도와주려는 기색을 하나도 내비치지 않는 못돼 먹은 창구 직원은 계속 그 가격이 나왔을 리가 없다며 부정하며 우리를 이상한 사람들로 몰았는데, 정말 이대로 1.5배 더 내고 끝낼까 다짐하던 찰나에 갑자기 인터넷이 뚫리는 덕분에, 나의 예약 페이지를 불러와 당당히 그녀 얼굴 앞에 보여줄 수 있게 되었다. 정말... 바득바득 그럴 리 없다며 우기던 창구 직원은 깨갱 꼬리를 내렸고 울며 겨자 먹기로 미리 내가 예약한 프로모션 가격에 차를 내어주었다.
한 시간 정도 렌트가 직원과 실랑이를 하고, 다신 프랑스에 올 때 인터넷을 믿지 말고 모든 예약 내역을 프린트 해올 것이라고 다짐했다. 창구에서 얼굴을 붉힌 바람에 이상한 고물차를 주면 어떡하나 걱정도 했는데, 흠. 꽤 괜찮고 쾌적한 차를 주었기에 안심하였다. 일단, 아무튼 이것이 프랑스의 첫인상이었기 때문에, 계속 프랑스에 실망이라며 창구직원을 뒤로하고 차키를 받아 샤를 드골 공항을 출발해 고속도로에 진입할 때까지 쉬지 않고 투덜거렸다. 투덜거림도 잠시, 고속도로를 탄 후 우리의 첫 번째 정착지인 Rouen에 도착하기 전까지, 호기심 넘치는 나는 금세 바깥세상을 구경하느라 정신을 잃었다.
길에는 오토바이가 참 많았고 오토바이가 잘 가라고 길을 터주는 것은 인상적이었다. 우릴 바짝 쫓아오며 부담스럽게 하는 차도 꽤 있었지만, 대부분은 매너 있게 교통법규도 잘 키며 운전을 하는 느낌이었다. 완전 무법천지면 어떡하지 고민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보통 다 훤하게 안이 잘 보이는 유리창으로 되어있었으므로, 또 호기심 발동한 나는 사람들 구경에 또 빠져버렸다. 저 사람들은 어디에 갈까? 파리 사람들은 주말에 어디로 놀러 갈까? 프랑스 사람들은 이 시간에 보통 뭘 할까? 저들은 어디서 쇼핑을 할까? 가족여행하는 걸까? 저들이 우리를 보면 웬 초보 아시아 여행객이라고 알아챌까? 등등 머릿속에는 즐거운 상상과 의문들로 가득했고 그렇게 우리는 몇 시간을 달려 Rouen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내가 짜 본 여행 루트 : 첫째 날 Rouen - 둘째 날 Saint Varlery Sur Somme - 셋째 날 Giverny - 넷째 날 Juziers - 다섯째 날 Lyons-La-Foret - 여섯, 일곱째 날 Paris - 귀국의 일정인 조금은 빠듯한 노르망디 로드트립이었다.
Rouen의 첫인상?
모던하고 세련된 신시가지와 2차 대전 당시 폭격을 받아 파괴된 슬픈 과거를 품은 구시가지가 잘 어우러진 소도시. 루앙의 중심을 가로지르는 세느강가에는 힙해 보이는 레스토랑과 바가 군데군데 보였고, 이어폰을 끼고 러닝을 하고 있는 젊은 루앙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굉장히 화려하지도 호화롭지도 않은 조금은 썰렁할 수도 있는 루앙의 세느강가였지만 프랑스에서의 첫날은 어쨌든 두근거림과 설렘으로 가득했다.
호텔에서 짐을 풀고 세느강가를 걸으며 올드타운 쪽으로 걸어갔다. 프랑스에서 첫날의 식사는 무엇이 좋을까? 원래 계획을 철저하게 하지 않는 우리 가족은 여행할 때, 느낌에 따라 그때그때 무언가를 정하는 편이다. 호텔과 렌터카 정도만 예약하고 오는 스타일이랄까. 역시나 첫날 저녁식사를 어디서 할지는 정하지 않은 채로 왔다. 대부분 메뉴도 읽을 수 없었으므로 일단 뭔가 분위기가 조금 좋아 보이고, 험악해 보이지 않으며, 뭔가 맛집일 것 같은 집을 선택해 들어가기로 했다. 미국인 남편답게 PIZZA란 영단어를 발견하고는 끌려했고 별로 특별한 다른 의견이 없었던 우리는 남편이 발견한 따뜻한 분위기의 피자집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우리는 그렇게 프랑스에서의 첫날을 피자와 로제 와인과 함께 마무리하며 며칠 후 다가올 프랑스 결혼식에 대해 이야기하며 설렘을 느꼈다.
Rouen의 몇 가지 사진기록 (동생의 블로그에서 퍼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