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제법 부는 가을이다.
찬바람이 불면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이맘때의 바람의 온도와 촉감이 불러일으키는 지난날의 기억들이 몽글몽글 피어오른다.
올해도 이제 두 달밖에 남지 않았다.
올 1년은 코로나 19로 인해서 일상이 아주 많이 바뀌었다. 그나마 내가 집순이여서 그런지 그 영향을 좀 덜 받은 것 같다.
작년 이맘땐 가을마라톤도 나가고, 영화도 보러 가고, 은행나무숲 구경도 갔었는데. 지금은 뭘 하더라도 안전한지부터 생각하게 되고, 대부분은 비대면으로 진행하는 게 당연한 것이 되어버렸다. 비대면은 익명인 다수에게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긴 하지만, 직접적인 경험이 되기엔 어렵기때문에 간접경험과 간접만남만 남는다.
올해는 모두가 힘들었던 시기였던 만큼,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기도 하다. 오히려 그동안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것들을 부담없이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이 시기를 통해 자신과 주변을 성찰하는 노력이 있었다면, 분명 그 어느 때보다 깊은 내면의 성장이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