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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샐리 Aug 12. 2021

퇴사에도 기준이 있다

명확한 기준을 갖고 똑똑하게 결정하는 퇴사

얼마 전 함께 일하던 동료 디자이너에게 연락을 받았습니다. 회사 소식과 함께 퇴사 고민을 털어놓더라고요. 대학도 졸업하기 전 인턴으로 회사생활을 시작한 후 정규직으로 전환해 함께 서비스를 빚어나가던 친구였죠. 서비스 디자인, 마케팅 콘텐츠 디자인, 각종 IR 자료까지, 회사의 모든 디자인 작업을 혼자 담당해야 했습니다. 사실 3년 정도의 경력을 가진 사람에게도 벅찬 업무 강도입니다. 서비스 출시 목표일이 다가오자 디자이너에게는 더 큰 압박이 생겼습니다. 경영진이 목표일을 맞추기 위해 무리한 디자인 일정을 요구한 거죠. 디자이너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일정을 지키고자 노력했지만 간혹 일정을 못 맞추는 일도 생겼습니다. 결국, 사내에서는 역량이 부족한 디자이너라는 인식이 생기게 된 것입니다. 일은 일대로 하지만 회사에서는 인정받지 못하고 자존감도 떨어지니 퇴사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거죠.


서두가 길었죠? 오늘은 퇴사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주식에 투자할 때도 손절에 대한 자신만의 기준을 세우듯이 직장 생활에 있어서도 퇴사의 기준이 필요합니다. 저의 3가지 퇴사 기준을 간단히 소개해 드립니다.


지금 이 회사에서 내가 더 성장할 수 있을까?

일을 하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이 회사에 계속 몸담고 있어도 내가 새로운 걸 경험하고 성장하기 힘들 수도 있겠다" 안정적이고 더 높은 연봉을 주는 대기업 대신 스타트업을 선택한 사람들은 대부분 성장 욕구가 큽니다. 큰 회사의 부품이 돼서 위에서 주는 명령을 수행하고 한정된 업무만 하는 것보다는 높은 자율권을 바탕으로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며 다양한 경험을 하기를 희망하죠. 이런 사람들이 더 이상 성장할 기회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회사에 몸 담을 이유가 사라진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물론 이런 느낌이 일시적인 착각일 경우도 있습니다. 일이란 게 항상 새로울 수는 없죠. 시기에 따라 비슷한 일을 반복하면서 내실을 다져야 할 때도 있으니까요. 그럼 불현듯 떠오른 이 생각이 착각인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저는 회사 자체가 사업적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지를 고려할 것 같습니다. 스타트업이라면 필연적으로 유지보수와 새로운 기회 모색을 병행해야 합니다. 새로운 기회라고 해서 꼭 0부터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B2C 서비스를 변형해 B2B 시장에 진출할 수도 있고, 기존 서비스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해 고객군을 확장할 수도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이런 기회를 아직 찾지 못해 성장할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업적으로 잘 풀려 기회가 찾아온다면 분명 업무에 있어서도 전환점이 올 것입니다. 이 점을 고려해 이 회사에 몇 개월 더 남아 있어 볼지, 이직 준비를 시작할지 결정해 보세요.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까?

별문제 없이 잘 운영되던 스타트업도 갑작스러운 위기가 찾아올 수 있습니다. 약속받은 투자는 여러 이유로 입금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계약서 도장까지 찍었던 프로젝트는 한순간에 취소되기도 합니다.  제가 다니던 회사도 예정되었던 투자가 6개월 이상 미뤄지면서 현재 인력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결국 경영진은 인턴들에게는 안타깝지만 조기 계약 해지를, 저를 포함한 몇몇 필수 인력에게는 투자가 확정될 때까지 주 3회 근무와 연봉 감액을 제안했죠. 여러분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시겠어요? 물론 정답은 없습니다. 각자의 상황에 최선인 선택을 하는 거죠. 회사가 공짜로 월급을 주지 않듯, 직원들도 공짜로 일해주지 않습니다. 직원들도 먹고살아야죠. 제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독립해 자취하며 생활하거나 대출을 갚아야 하는 직원은 아무래도 금전적 자원이 많이 필요하다 보니 이곳에 남기보다는 하루라도 빨리 이직 준비를 시작하기를 원했습니다. 반면 부모님과 함께 살거나 아직은 빠져나가야 하는 돈이 적은 직원들은 회사에 남았죠. 주 3회 근무를 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조금 더 긴 호흡으로 이직을 준비하거나, 평소 갖고 있던 아이디어로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도 했죠. 돈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돈 때문에 회사를 떠난다고 해도 당신을 욕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이 사람이랑 계속 일할 수 있을까?

흔히들 말하죠. 직장생활에서 가장 힘든 부분은 인간관계라고. 저도 동의합니다. 20년 이상 서로 다른 환경에서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갖고 자라온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 회사입니다. 환상의 짝꿍을 만날 수도 있지만, 최악의 짝꿍을 만날 수도 있죠. 삶의 질에 있어 함께 일하는 사람은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때문에 저는 사람도 중요한 퇴사 기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의 사소한 결점이나 첫인상으로 판단하라는 얘기는 아니에요.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하는 것은 이 사람이 나의 성장에 방해가 되는지입니다. 예를 한 번 들어볼까요. A 씨는 업무 진행을 위해 상사에게 회의 시간에 구두로 1번, 업무 메신저로 1번, 점심을 함께 하며 구두로 1번 보고를 했고, 상사와 협의한 대로 업무를 진행했습니다. 그렇게 A 씨는 업무를 잘 진행했다고 생각하고 있었죠. 그러고 며칠 후 갑자기 상사가 왜 그 업무를 그렇게 처리를 했냐며 질책하는 것입니다. 이런 일이 몇 번 반복이 되었고, A 씨는 결국 퇴사를 했습니다. 내가 잘못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질책받고, 상사에게 검토받은 사항을 진행할 때도 마음이 불편해 업무에 집중하기가 힘들고. A 씨는 이 상사와 일하는 것이 나의 성장을 돕기보다는 수명 단축을 돕는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비단 상사와의 관계뿐만이 아닙니다. 협업해야 하는 어떤 동료이든 간에 이런 상황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제가 일하면서 갖고 있었던 퇴사의 기준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끝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는데요. 주의는 기울이되 속단하지는 마세요. 성급한 퇴사 결정만큼 독이 되는 것은 없다고 생각해요. 내가 퇴사 후 어떤 분야에서 다시 일하고 싶은지, 잠시 휴식기를 갖고 싶다면 이 시기를 어떻게 활용할지도 계획해 보셔야 합니다. 회사 생활이 늘 장밋빛일 수는 없습니다. 기쁜 순간보다는 힘든 순간이 더 많을 수도 있어요. 이 시간 가치를 어떻게 판단할지는 여러분에게 달려있습니다. 여러분만의 직업관을 바탕으로 퇴사 기준을 한 번 생각해 보세요. 뚜렷한 기준을 세우지 못하더라도 한 번 생각해 보는 것만으로도 나의 가치관을 돌아보는 값진 생각이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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