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산지 어느덧 1년 하고도 한 달이 지났다. 처음에 독립을 할 때만 해도 혼자 사는 집에 대한 로망도 있었고, 실제로 그렇게 집에 좋아하는 물건을 하나하나씩 채워나갔다. 하지만 문제는 내가 좋아하는 물건들 외에도 정말 많은 짐이 생길 수밖에 없고, 생겨났다는 점. 누가 준 해조류 세트(박스가 무척 크다), 본가를 왔다 갔다 할 때 쓰는 캐리어, 몸에 좋다고 선물 받은 양배추 즙 등등... 원하고 원치 않는 이유로 집에 짐이 처음보다 최소 2배는 늘었다. 나름 미니멀리스트를 추구했는데 말이다.
감당이 되지 않는 짐에 더해 약속이 많은 주간에는 전날 입은 옷가지와 또 받아온 물건들이 테이블과 바닥에 쌓인다. 매일 청소기를 돌리지 못하는데도 머리카락은 매일 빠지다 보니 바닥에 머리카락도 늘고, 타이밍을 놓친 빨래가 쌓인 빨래바구니에서는 냄새도 난다. 내가 안정감을 느껴야 할 집이 들어오고 싶지 않은 곳이 되어버리는 순간이다. 어느 날 되돌아본 집이 정말 엉망이라고 느꼈는데, 단순히 집만 어지러운 게 아니었다. 생활의 근간이 되는 곳이 난장판이라는 건 내 일상도, 내 모습도 그렇다는 것.
최근 코로나에 걸린 김에 집에서 온종일 있으면서, 집에 쌓인 짐을 열심히 치우고 청소했다. 오래 방치했던 집을 치우고 나니 땀이 주륵주륵 났지만 상쾌했다.
내 일상을 유지하는 힘은 어디에서 올까. 어쩌면 일상을 유지하려는 노력 자체가 일상을 유지하는 힘이 되어주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