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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천만 원을 건져 올리던 날

퇴사한 남편은 어부가 되었다.

by 홍은채



얼음같이 차갑던 바다도 이제 슬슬 여름을 맞이하는 듯하다. 한 해의 반이 지나가고 남편의 선장 라이프도 다음 계절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한동안은 마을 사람들 모두 고기가 없어서 늘어나는 빚만큼 걱정과 한숨도 늘었지만,

희망을 안고 또다시 거친 바다로 나아가듯 매일 또 다른 꿈을 꾸며 하루를 살아낸다.


조업을 마치면 연락 오던 남편이 통 연락이 없다.

무슨 일인고 했더니 만선을 한 모양이었다. 만선은 기분 좋은 일이지만, 무거운 고기 상자에 퍼 담고 정신없이 나르는 일의 연속이기에 고되다는 말로도 부족하다.

그런 날은 고기를 날라다 주는 트럭을 따로 돈을 주고 부르기도 하고, 마을 사람들이 함께 도와주기도 한다.

그렇게 한바탕 전쟁을 치르는 것이다.


녹초가 되어 돌아온 그에게선 “에고 죽겠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만선을 기원했더니, 진짜 만선이 이루어졌건만 어째 안쓰럽기도 하고 마음이 갈팡질팡한다.


바다 일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겐 심심찮게 듣는다.

“오늘 고기 많이 잡았대?”


그렇게 그날의 실적은 천만 원.

하루에 천만 원 버는 직업이 있다니. 다들 안 놀라는 척하면서 속으론 엄청 놀라는 눈치였다.

나도 처음에는 그랬다.


하루에 오징어로 1억을 번 마을 선배의 이야기는 몇 년이 지나도 회자되고 있으니……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후기에 이런 글이 많이 보였다.

관식이는 배도 있고, 집도 있는데 왜 그렇게 가난하게 사는 거냐고…


천만 원 벌던 날,

배에 쓰는 기계 하나가 고장 났다.

수리 비용 500만 원… 하하


바다 일에 변수 없는 날이 있을까?

어쩌다 천만 원 버는 날이 있으면, 10만 원 버는 날도 있고 그런 게 이 일의 특성이다. 그래서 늘 검소하게 살고 돈을 잘 지킬 수 있어야 한다. 특히나 고용한 선원이 많이 질수록 챙겨야 하는 것도 많고, 변수도 많아서 더욱 그러하다.

관식이가 왜 그렇게 비추어졌는지 조금이나마 설명이 되면 좋겠다. 결코 가난 코스프레가 아님을…


그날 이후로 두 번의 만선이 있었고, 이젠 조용하다.

여름이면 금어기와 비슷한 휴식기를 의무적으로 가져야 하고, 그렇게 두 달을 쉰다.

쉬는 동안에도 선원들 월급은 그대로 나가야 하기 때문에 그전까지 부지런히 바다로 나가야 한다.


자연과 함께하는 일이라는 건 ‘내려놓음’을 배우는 일이다. 그렇게 오늘도 감사하며, 하루를 시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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