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한 남편은 어부가 되었다
365일 중 어부들이 유일하게 쉬는 기간.
올해도 어김없이 금어기가 돌아왔다.
보통 7월이면 금어기에 접어드는데 올해는 알 수 없는 바다 상황 덕에 조업 기간이 좀 더 길었었다.
그렇게 8월 중순쯤 그물 정리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어디로 여행을 떠날까 들뜬 모습이었고, 아이들도 나도 아빠와 온전히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레었다. 하지만 자잘한 일들은 계속 생기고 마을에 챙겨야 할 일들도 많으니 쉬어도 쉬는 게 아닌 상황.
베트남 선원들은 금어기가 접어들면 본격 귀향 준비를 한다.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고향에 돌아가 가족들도 만나고 푹 쉬다 온다.
이곳 뱃사람들에게는 쉬는 기간에도 월급이 지급된다.
벌이가 없지만 월급을 챙겨줘야 하니, 그전부터 악착같이 월급 방어를 할 만큼의 돈을 모아둬야 하는 것이다.
그걸 악용해서 여름에 취업해서 월급만 받고 도망친 베트남 선원도 있었다.
남편과 같이 배를 타는 선원은 머물 곳이 없어서 다른 집에 얹혀살았는데, 그쪽에도 사정이 생겨 더 이상은 안된다고 했는 모양이다.
갑자기 시골집을 하나 구해야 하는 상황.
그렇게 이 집 저 집 수소문해서 겨우 숙소로 쓸만한 집을 구했다.
어업을 한다는 게 이렇게나 손이 많이 가고 지출이 많다.
아직까지는 월급 받는 선장이라 이런 것까지 일일이 신경 쓰진 않지만 언젠간 우리가 감당해야 할 일들이니 유심히 그 과정을 눈으로 배운다.
한 2주 정도 쉬었을까.
남편은 살도 찌고 슬슬 쉬는 것도 힘든 모양이었다.
매일을 힘들게 바다에 나가 일을 하고 곯아떨어져서 자다가 막상 쉬게 되니 무얼 해야 할지 모르고 안절부절이었다.
출근의 중요성을 느끼며,
어느 날 저녁 집에 돌아온 남편은 집 근처 인력사무소에 등록을 하고 왔다고 했다.
예전에 브런치에 글로 남긴 적도 있었는데, 그때는 비장한 마음으로 막노동을 나갔다면 이번엔 정말 쉬는 기간을 보내기 위해 나가는 것이니 약간의 여유로운 마음이 있었다.
그래도 여름에 막노동을 나간다는 건 결심 없이는 힘든 일이라는 걸 안다.
그렇게 오늘 새벽, 6시도 안 된 시각에 인력사무소로 떠났다.
날이 생각보다 선선해서 다행이었다고 연락이 왔고, 내일도 갈 거라고 했다.
처음에 그 일을 나갔을 때는 얼마나 많은 용기를 내었었던가 싶으면서도
역시 사람에게 경험이 참 중요하다는 걸 다시금 느꼈다.
얼음물 두 개를 꽝꽝 얼려서 출발하는 준비성하며, 일이 좀 수월해도 시간이 참 안 간다는 여유로운 말까지...
그렇게 당분간은 계속 막노동을 할 생각인가 보다.
건강한 신체를 가지고 있어서 다행이다 싶으면서, 남편에게 고마운 마음이 든다.
'이 사람이랑 결혼하면 굶어 죽지는 않겠지.' 했던 그때의 마음을 떠올리게 하는 순간이었다.
이제 곧 가을이 오고 바닷물이 얼음같이 느껴진다는 겨울이 오겠지.
이렇게 뜨거운 여름도 정신없이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