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사람에게 학벌이 중요할까요?

퇴사한 남편은 어부가 되었다.

by 홍은채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태어나 살아간 지도 어느덧 40년이 지났다.

요즘 나는 '한국화 되어버린 나'를 관찰하곤 한다.

장점을 찾는 거라면 다행이지만, 그것은 거의 단점 찾기에 가까운 일이다.

그중 하나가 ‘공부’.


뛰어나게 잘하는 건 아니었는데 누가 강요하지 않았음에도 공부에 '집착'한 시절이 있었다.

어찌 보면 공부가 아닌 학벌에의 집착이었겠지 싶은데, 그렇게 고집에 고집을 부려 대학원을 진학했었다.

대학원 석사 과정에 들어가 보니 '공부하는 나'라는 명칭이 어찌나 멋지게 느껴지던지, 박사도 꿈꿔보고 유학도 꿈꿔보며 교수까지 꿈꿨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즐거웠던 공부를 뒤로한 채, 부당한 갑질을 견디지 못하고 '학벌'을 포기해야만 했다.

내 집착이 무너지던 사건이었다.


두 학기 등록금과 열정페이로 인생 공부를 마치고, 뒤도 안 돌아보고 대학원을 뛰쳐나왔다.

그 후 곧장 남편을 만나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지금까지......

어떤 여정으로 흘러갈지 모르는 삶을 지나온 것만 같다.




남편은 10년이 넘도록 해군 간부 생활을 했다. 바다 마을에서 태어난 그는 바다가 놀이터이자, 삶의 터전이었다. 결국 귀향하여 뱃일을 하고 있으니, 어쩌면 그의 매일에는 바다가 없었던 날이 없었다.


대학을 중퇴하고 군에 입대하여 지금까지 달려오느라 남편은 학업을 미처 마치지 못했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고졸'로 남게 되었고, 지금까지도 남편은 "딱 한 달만 대학 생활 다시 해보고 싶어"라고 말하곤 한다.

그런 그에게 대학을 다시 다녀보라는 권유를 한다는 것도 쉽지 않다.

생업을 버리고 학업을 선택하는 것은 어렵다.

왜냐하면, 뱃일은 새벽 1시부터 시작되어 낮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24시간 잠을 안 자야 가능하다.





대단한 학벌을 가진 사람들을 보면 입이 떡 벌어질 때가 있었다.

내가 남편의 일을 옆에서 지켜보고 달라진 건 '학벌이 결코 다가 아니다. 속지 말자.'라는 것이다.

뱃일을 잘하고 바다를 잘 아는 사람이 되기에 학벌은 중요하지 않다.


'매일 바다에 나가는 사람'만큼 바다를 잘 아는 사람이 있을까.

'삶 자체가 바다인 사람'만큼 바다를 잘 아는 사람이 있을까.


나 역시 대학 전공이 있지만, 과연 나는 그 분야에 있어 최고 전문가라고 할 수 있을까?


참 다행이게도 요즘 세상이 조금씩 변화하는 것 같다.

좋은 대학에 놀라던 시절이 지나가는 것 같다. 그보다도 이 사람이 얼마나 다양한 경험과 도전을 하며 살았느냐가 중요한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기도 하다.


"가업을 잇고 있어요."

그 한마디만 해도 주위 어른들은 남편의 인성을 알아봐 주신다.

쉽지 않다는 걸 아시는 거다.


책으로는 다 알 수 없는 무수한 일들이 바다 위에서는 매일 펼쳐진다.

말도 많고, 탈도 많고, 변수도 무궁무진하다.

그렇게 남편은 묵묵히 바다로 매일 나가는 것을 택한다.


책상에 앉아 글만 쓸 줄 아는 나보다 거친 바다로 뛰어 들 줄 아는 그의 용기를 존경한다.

그이야 말로 '국내 최고 해양실무전문가'가 아닌가.


정치도, 법도 책상에 앉아있는다고 해서 민생이 나아지지 않는다.

현장을 다녀봐야 민생을 알 수 있는 것처럼 공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그런 그의 매일을 보며 나도 사소한 도전이라도 매일 조금씩 쌓아가 보려 한다.

적어도 내 삶의 전문가는 내가 되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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