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한 남편은 어부가 되었다
본격적으로 겨울이 시작인가 보다.
방어가 슬슬 잡히기 시작하고 남편이 두꺼운 작업복을 꺼내 입기 시작했다.
“오늘은 거의 2만 보 걸었어.”
다리를 절뚝이며 걸어 들어오는 모습에서 오늘의 고단함이 느껴진다.
어부라는 직업은 워낙 노동 강도가 높다 보니 따로 운동을 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남편은 근육질 몸을 갖고 있다. 이따금 내 앞에서 이두, 삼두가 커졌다며 요리조리 몸자랑을 하지만, 그만큼 아프다는 곳도 많다.
얼마 전에는 발목이 너무 아파서 치료를 받으러 다녔고, 한동안은 손목이 또 아프다고 병원을 다녔다. 못에 찔리는 일도 다반사고 손가락에 가시가 크게 박혀서 살을 찢어 빼낸 뒤 다시 꿰매기도 했었다.
몸이 재산인 일인데 몸을 혹사하는 일인 셈이다.
“영수형은 딱 10년만 더 하고 그만 둘 거래.”
같은 일을 하는 선배의 이야기를 전한다. 그 형의 꿈은 10년만 부지런히 일해서 그 이후에는 아내랑 세계여행 다니는 게 꿈이라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여기 있는 청년 대부분이 어민후계자인데, 평생을 고되게 일하신 부모님이 나이 70이 넘어서도 다양한 이유로 은퇴하지 못하고 그렇게 일만 하다 돌아가신 경우를 많이 보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짐작했다.
그런 모습들을 보며 젊은 사람들은 다른 삶을 꿈꾸게 되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와아 그 형 꿈 멋지다.”
이런 나의 대답이 무색하게 남편은 한마디를 덧붙였다.
“근데 여기 어른들도 예전에 다 똑같이 말씀하셨었대. 딱 10년만 할 거라고. 근데 10년은 무슨……”
끝없이 이어질 자신의 고된 미래가 그려져서였을까…?
어쨌든 아직 갈 길이 먼 우리는 감히 은퇴이야기는 목표로 삼지도 못 하지민, 나도 남편이 오래도록 고생하는 걸 원치 않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고되고 힘든 어부 일의 최대 장점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로 정년이 없다는 것.
물론 지구환경이 자꾸 변해서 비전이 있고 없고를 논하기는 어렵겠지만, 어쨌거나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40대인 나는 요즘 어느 모임에 가도 어린 축에 속하는 걸 보면서 놀랄 때가 많다. 고령화 사회를 몸소 체감하는 입장으로서 평생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건 축복이나 다름없다고 느껴졌다.
‘그러니 늘 감사하며 살아야지.’
이제 방어 시즌이 돌아왔다.
남편은 매일 조업에 나가고 있다. 쉬는 날은 한 달에 딱 하루. 워낙 약골인 나는 남편이 그저 존경스럽고 고마울 뿐이다.
춥고 고된 날들의 연속이지만
남편을 위한 ‘오늘도 무사히’를 외치며 어부 아내의 하루도 시작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