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요』 문도연 그림책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가을이 왔습니다. 지난주까지는 낮엔 뜨겁고 밤엔 서늘한 전형적인 가을 날씨였습니다. 그래서 여전히 반소매를 입은 사람들을 심심찮게 봤습니다. 그런데 엊그제부터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졌습니다. 춥다고 여기저기 난리가 났습니다. 부모님들은 부랴부랴 온수매트, 온열매트 꺼내시고, 아이들도 긴소매 옷을 찾아 입습니다.
여전히 햇살은 좋습니다. 하늘은 푸르고 구름은 뭉게뭉게 봐도 봐도 지치지 않습니다.
이럴 땐?
걸어야죠!
그래서 오늘은 문도연 그림책
『걸어요』를 소개합니다.
표지를 보면, 초록 풀 가득한 곳에 노란 모자를 쓴 이가 걸어갑니다. 가을인가요? 그 곁에는 고추잠자리가 날아다닙니다.
표지를 넘기면 배낭과 모자 신발과 등산할 때 도와주는 막대가 있네요. 나비와 잠자리 무당벌레도 보입니다.
우리도 함께 걸어볼까요?
편안해 보이는 옷차림을 한 주인공이 챙이 넓은 노오란 모자를 쓰고 등산 막대기로 콕콕 바닥을 스치듯 걸어갑니다. 길 양옆에는 풀들이 가득합니다.
걸어요
어?
갑자기 길가에서 하얀 털이 북슬북슬한 멍뭉이가 나타났습니다.
왈!
둘이는 함께 걸어갑니다.
뚜벅뚜벅
타박타박
나무가 빽빽한 길을 걷고,
물가의 징검다리를 건너갑니다.
비가 오면
오는 대로
바람 불면
부는 대로
건너편에서 마주 오는 사람들을 만나면
반갑게 인사도 합니다.
어느새 들판이 누렇게 익어갑니다.
힘들고 지치면
차 한 잔 나눠마시고
잠시 쉬어갑니다.
갈래길에서
…왈!
멍뭉이는 인사를 하고 떠납니다.
이제 각자의 길을 다시 걸어갑니다.
문도연 작가님의 『걸어요』는 글자가 거의 없습니다.
푸른 풀밭, 나무 우거진 숲 속, 누런 들판을 보기만 해도 푸근하고 편안해집니다.
혼자여도 좋고, 둘이어도 좋고, 또 여럿이 함께 걸어도 좋습니다.
이 가을이 가기 전에 시리도록 푸른 하늘 보며 어디든 걸어가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시간 내준 따님하고 동네 공원을 산책했습니다. 코스모스가 지천이었습니다. 보는 순간 눈은 보름달처럼 커지고 입은 해사하게도 양쪽 꼬리가 슬며시 올라갔습니다. 스마트폰으로 꽃 사진을 찍느라 분주했습니다. 서로 꽃을 찍느라 정작 둘이 함께 사진 찍지 못한 건 아쉬웠지만, 그저 함께 걸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보름 전에 남편하고 같이 갔을 땐 코스모스가 거의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해마다 바람에 춤을 추듯 살랑이는 코스모스가 군단이 우리를 반겨주는 곳이었기에 너무도 안타까웠습니다. 긴 무더위에 코스모스가 피지도 못했다며 얼마나 속상하고 안타까웠는지 모릅니다.
가을이 정말 짧아졌나 봅니다. 아침저녁 찬바람이 감기를 몰고 올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가을이 너무 짧아졌다고 화내지 마셔요.
너무 춥다고 옷깃을 여미고 땅만 보지도 마셔요.
짧아진 가을을 놓치지 말고 즐겨보세요.
가을을 느끼면서 어디든 걸어 보아요.
걷다가 살짝 고개 들면 푸른 하늘에 눈이 화안해질 거예요.
그 안에 살짝 걸린 뭉게구름에 입꼬리가 방싯 올라갈 거예요.
여전히 푸른 풀들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질 거예요.
누렇게 익어가는 벼를 보면 마음이 넉넉해지겠지요.
저처럼 한들한들 코스모스를 보면 절로 휘파람이 나올지도 모르구요.
이 아름답고 행복한 날들을 그냥 보내지 마세요~~~
*얼마 전 걷기를 좋아하는 지인에게 이 책을 선물했어요. 웃는 얼굴을 보는 제 마음도 행복했습니다. 도서관에서 이 책을 만나면 행복해지실 거예요.
https://youtu.be/PCthg7OJKcA?si=-63yTVH3tLayXJu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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