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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자꾹 Oct 27. 2024

고깃간에서 필요한 용기는?

이번 주 용기 여사는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살까요?


한동안 아파트 목요장(목요일마다 서는 장)을 소개한다고 큰소리치더니 아파트 출입구 밖으로 나갑니다. 도대체 어디로 가는 걸까요?     


지난 화요일이 용기 여사 남편 생일이었습니다. 생일날 저녁에는 네 식구 모두 모여 고깃집에서 외식 겸 회식을 하기로 했기 때문에 생일상을 요란하게 차릴 필요는 없었습니다.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약간만 양념을 치자면, 갱년기를 지나면서 용기 여사도 어깨부터 허리 무릎 손목 발목까지 안 아픈 데가 없으니 말입니다.     

남편 생일날 아침상에는 김이 폴폴 나는 하얀 쌀밥에 미역국을 올리는 걸로 남편과 합의를 보았습니다. 미역국만 먹어도 좋다는 남편이 고맙지 말입니다.      


싱크대를 열어보니 마른미역이 잔뜩 있습니다. 그럼 고기만 사면 됩니다.     

 

고기를 담을 때는 직사각형 통이 좋습니다. 보통 고기는 정사각형 모양보다는 직사각형으로 넓적한 모양이 많더라고요. 떡볶이처럼 뜨거운 것이 아니니까, 소재는 큰 상관이 없습니다. 다 사용하고 깨끗이 씻어주기만 하면 되니까요. 용기 여사는 스테인리스 용기를 선택했습니다. 

    

그럼 이제 가보실까요? ‘우리 동네 고깃간’으로!     

 


한동안 날이 더워 국을 안 끓이고, 고기도 굽지 않았더니, 사장님과 약간 소원해졌지 뭡니까. 하지만 푸근한 인상의 사장님은 언제나처럼 웃으며 반겨주십니다. 국거리가 필요하다고 하니 몇 가지를 보여주십니다. 남편 생일이니 자애로운 마음으로 통 크게 양지머리를 골랐습니다.      


한 근이면 너무 많은가? 반 근은 너무 적을까? 잠깐 고민하는데, 사장님이 고기를 보여주십니다. 고기 빛깔이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기후변화와 여러 환경 문제를 생각하면 고기 소비를 줄여야겠다고 생각하다가도, 이런 예쁜 빛깔의 고기를 보면 맘이 약해집니다. 그래서 절충안으로 500그램으로 정했습니다.  

    

사장님은 경쾌한 목소리로,     


“먹기 좋게 썰어 드릴까요?”    

  

라고 묻습니다. 용기 여사는 긍정의 뜻으로 여러 번 고개를 끄덕이고는, 사장님이 비닐봉지를 꺼낼까 봐 장바구니에 담긴 용기를 날쌔게 꺼내 정육점 냉장고 위에 올려놓고 최대한 상냥하게 말합니다.      


“여기 담아주시겠어요?”     


고깃간은 처음이 아니라서 다른 곳보다는 편안한 마음으로 말했지만, 그래도 아주 잠깐 긴장을 합니다. 사장님은 곧 살짝 미소를 짓더니, 흔쾌히 그러마고 하십니다. 그리고 찬조 출연까지 해주십니다. ‘우리동네 고깃간’이 대박 나면 좋겠습니다. 

    

    

고기가 참 예쁘죠? 남의 살을 너무 좋아하면 안 되지만 이쁜 건 사실이니까요.     

고깃간 사장님이 제가 열어 놓은 용기에 썰어 놓은 고기를 잘 추슬러 담아주십니다. 용기 여사는 용기 뚜껑을 꼭꼭 여며 덮고는 다시 장바구니에 잘 넣습니다. 

     


용기 여사는 지난번 추석 명절에 생긴 온누리상품권을 드립니다. 사장님은 거스름돈이랑 쿠폰을 주십니다. 이 쿠폰을 모아가면 나중에 사골곰탕이나 고기로 바꿔주시니 잘 모아두어야 합니다. 이제 몇 장만 더 모으면 삼겹살로 바꿀 수 있습니다.   

   


고깃간 옆에는 채소 가게가 있습니다. 오늘은 시금치 한 단이랑 호박 한 개를 샀습니다. 고깃국에 시금치나물과 호박 나물이 함께면 금상첨화겠지요?     



오늘도 용기 여사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도 꼭 용기를 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용기내볼까요? #용기프로젝트 #장바구니 #고기는용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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