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지하철을 타러 가다 마트 앞에 버려진 일회용 컵을 보았습니다. 눈살이 찌푸려졌습니다. 사이좋게 마시다 놓고 간 걸까요? 아니면 싸우다 각자의 길로 가버린 걸까요? '테이크 아웃' 전문점이 늘어나면서 길거리에 내용물까지 담긴 이런 쓰레기를 심심치않게 봅니다. 화를 가라앉히다가, 혹시나 하고 가방을 열어보았습니다. 물이 든 보온병이 잘 들어있었습니다. 마음이 놓였습니다.
저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나고 나서야, 내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세상을 걱정하기 시작했습니다. 핵오염수와 버섯구름, 방사능 관련 강의를 듣다가, 그것 말고도 세상에는 환경을 오염시키는 것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그저 잘 먹이고 아이들 공부만 신경 쓰면 되는 줄 알았는데, 지구가 오염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이 엄청난 충격이었습니다.
주부인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았습니다. 장 볼 때 비닐 대신 장바구니를 사용하고 음료를 마실 때 일회용 종이컵이나 플라스틱 컵 대신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는 '까탈스러운 사람이네, 대충 살지 뭐 그리 복잡하게 사나' 하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내가 유난을 떠는 건가?’ 하면서 고민을 하곤 했습니다.
10여 년이 지난 요즘 텀블러 하나씩 없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마트에서 물건을 사도 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사도 텀블러를 선물로 주니까요. 커피 전문점 뿐만이 아니라 강의 들으러 갈 때도 회의나 모임에 갈 때도 텀블러나 다회용 물병을 들고 다니는 분이 많아졌습니다.
그렇지만 길거리에는 여전히 일회용 컵이 나뒹굴고, 텔레비전 드라마 주인공들은 투명한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많이 사용합니다. 연예인들이 '플렉스'니 뭐니 하며 '커피차', '떡볶이 트럭' 등으로 한턱 쏠 때마다 쏟아지는 일회용 컵과 그릇, 수저들을 보면 속이 상하고 답답합니다. 편리함 뒤에 숨은 쓰레기산이 보인다면 제가 너무 예민한 걸까요?
저는 별다방에 갈 때도 동네 커피콩 볶는 냄새가 구수하게 퍼지는 작은 카페에 갈 때도 텀블러를 가지고 갑니다. 요즘엔 전보다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곳이 많아서 굳이 개인 컵을 가지고 다니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그분들의 수고로움에 감사합니다.
하지만 개인 컵에 담으면 할인을 해주는 곳도 있고, 마시다가 남는 커피나 음료를 집에 와서도 마실 수 있으니 이래저래 이득입니다. 그런데 카페에서 텀블러를 사용할 때는 잘 씻어서 깨끗한 상태로 가져가야 합니다. ‘텀블러 민폐 진상’이 되면 아니아니 되니까요.
저는 때론 텀블러를 여러 개 가져가서 식구들을 위해 음료를 사 오기도 합니다. 그럴 땐 어떻게 할까요?
처음엔 무턱대고 가방에 텀블러나 보온병을 2개 이상 넣었습니다. 서로 자리를 잡지 못해 쓰러지기도 하고, 제가 움직일 때마다 부딪치면서 소리가 났습니다. 고민 끝에 카페에서 주는 '커피 캐리어'라 하나요? 컵 두 개를 나눠 담을 수 있는 그것을 가방 안에 넣으니 텀블러를 세 개 까지 담아도 안전하게 조용하게 가져올 수 있었습니다. 보냉이나 보온이 되는 가방이면 더울 땐 시원하게 추울 땐 따뜻하게 담아 올 수 있어서 더 좋습니다.
요즘에는 음식점에 갈 때도 텀블러나 컵을 꼭 가져갑니다. 주인 분이 혼자서 운영해서 일손이 딸리거나 설거지 거리를 줄인다는 생각에서인지, 종이컵을 사용하는 곳이 상당히 많습니다. 우리가 어디서나 쉽게 쓰는 종이컵은 그냥 종이가 아니라 방수 코팅되어 있어서, 온전히 종이로 재활용하기 힘들다고 합니다. 그러니 조금 불편하더라도 텀블러나 개인 물통을 이용하면 쓰레기도 줄이고 환경 오염도 줄일 수 있습니다.
저보다 훨씬 더 다양하고 알뜰하게 이용하는 분들도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야기 들려주셔요^^ 환경지킴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오늘도 쓰레기를 조금은 줄였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내가 사는 곳이니 누구에게 맡길 것이 아니라 내가 아끼는 것이 맞겠지요?
다음 주부터는 우리동네 목요장에서 벌어지는 '용기'이야기를 소개해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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