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발자꾹 Nov 10. 2024

바삭함과 맛을 동시에 챙기자!

오늘은 용기 여사와 우리 동네 '목요 장'에 함께 가실래요? 지난번엔 먹음직한 떡볶이 때문에 군침 돌아 힘드셨죠?     


이번엔 우리 동네 명물 “정다함 돈까스”를 소개해 드릴게요   

  

앞 동에 사는 친구가 하도 맛있다고 해서, 반찬이 마땅치 않던 참에 잘 되었다고 생각하고 사러 갔습니다. 속으로는 “돈까스가 거기서 거기지.” 하는 마음으로 갔지요. 밝은 얼굴로 반갑게 맞아주는 사장님을 보니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깨끗한 기름에 고기를 튀기는 소리가 아주 경쾌하고 바삭했습니다. 돈까스 냄새야 두말할 필요도 없죠.     


그렇게 돈까스를 사 온 날 식구들의 반응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칼로 잘 썰어서 한 입 먹어본 순간, 이게 우리 장에서 산 게 맞냐고 하면서 넷 다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흔히 사 먹던 냉동 돈까스와는 비교할 수 없을뿐더러, 아주 유명한 음식점에서 먹는 돈까스에 절대 뒤지지 않는 맛이었습니다. 우선 바삭함에 놀라고, 그다음엔 부드러운 고기 맛에 반했습니다. 고기 맛은 당연히 좋았지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말 그대로 ‘겉바속촉’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그 맛을 알게 된 후 한동안 목요일만 되면, 식구들이 돈까스를 먹겠다고 아우성이었죠.    

 

너무 맛있어서 만나는 사람마다 얘기했습니다. 그리고 집에 놀러 오는 누구에게나 꼭 목요일에 오라고 일러두었습니다. 손님들은 얼마나 맛있기에 그렇게 요란을 떠냐고 했지만, 한입 먹고 나면 다들 입가가 저절로 위로 수직 상승합니다.     

이 날은 남편이 사러 갔습니다^^


용기 여사네 큰동서는 차로 20분은 가야 하는 곳에 삽니다. 가족 모임에서 그 맛을 보더니, 종종 여기까지 차를 몰고 사러 오십니다. 이 정도면 맛은 보장 되는 거지요? 


아이고 오늘은 광고가 너무 길었네요. ㅎㅎ

  



처음에는 용기 여사도 그저 사장님이 포장해 주는 대로 플라스틱 용기에 돈까스를 담아 오곤 했습니다. 그런데 맛있다고 자주 사 먹다 보니, 뜨거운 음식을 플라스틱 용기에 가져오는 것도 그렇고 쌓여가는 플라스틱도 자꾸 신경이 쓰였습니다.     

 

용기 여사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처음엔 쉽게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돈까스는 아주 뜨거운 기름으로 튀긴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집에 있는 용기를 뒤져보았습니다. 부피가 크기 때문에 꽤 큰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마침 적당한 스테인리스 용기를 싱크대에서 찾았습니다.  

    

이제 마음속 용기를 끌어내야 할 차례입니다. 돈까스 가게 사장님이 거부하면 어떡할까 잠시 걱정했지만 이내 마음을 다독였습니다. 다시 필살기를 꺼내야지요.   

   

용기 여사는 가라앉았던 용기를 한껏 끌어올려서, 스테인리스 용기를 들고 돈까스 포장마차로 갔습니다. 사람들이 줄지어 서있었습니다. 지금은 다들 전화로 미리 주문하고 시간 맞춰 나가지만, 그때는 목요일 점심과 저녁때가 되면 아파트에 길게 줄을 서는 진풍경이 연출되곤 했습니다. 용기 여사는 그 대열에 끼어서 어떻게 말할지 연습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차례가 되었습니다.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나서, 미소를 장착하고 떨리지만 세상 부드러운 목소리로 사장님께 주문을 합니다. 

 

"2번 세트로 할게요. 그리고 여기에 담아 주세요." 


사장님이 플라스틱 용기를 준비하기 전에 재빨리 가져간 용기를 드립니다.

다행히 사장님의 목소리는 친절했습니다. 제가 아주 운이 좋은가 봅니다.


"네^^."


사장님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그런데, 사장님은 한 마디 덧붙입니다.


“뚜껑을 덮으시면 안 됩니다.”


뚜껑을 덮으면 들고 가긴 편하지만, 그 짧은 시간에도 바삭함이 사라지고 축축해질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날부터 용기 여사와 식구들은 최적의 바삭함과 고소함을 아주 쉽게, 편한 마음으로 만납니다. 용기를 낸 덕에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맛있는 돈까스를 맘껏 먹으니, 기분은 위로 위로 올라갑니다. 오늘은 제가 민폐를 심하게 끼친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돌고 그 내음을 맡으려고 코가 벌름거립니다. 식사 맛있게 하세요^^     



*2번 세트는 등심 3장 치킨 4장입니다^^. 사장님은 소스도 넉넉하게 챙겨주시지만 먹을 만큼만 가져와야 합니다. 욕심은 아니 아니 되어요!

돈가스가 표준어지만 그냥 정답게 '돈까스'로 표현했습니다.


*혹시 몰라서 사장님이 주신 명함을 올립니다. 궁금하신 분 연락해 보셔요^^ 


#정다함돈가스 #목요장 #용기여사 #용기내보자 #돈가스는스테인리스용기에



*달라스 Jasmine님이 잔행하는 라디오 방송에서 제 글을 소개해 주셨어요. 엄청 부끄러웠지만 작가님 방송도 광고할겸 자랑할랍니다. 늘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래는 Jasmine 작가님의 댓글입니다.


 @발자꾹 작가님! 작가님의 소중한 글 쟈스민의 기분좋은 날 금요일에 소개했어요~ 한국시간으론 토요일 새벽 2시라서 다시 듣기 링크로 보내드려요. 10/25 금요일편에서 15분쯤부터 나와요. 나비효과처럼 작가님의 불편하지만 기분좋은 실천이 이곳 달라스, 아니 전세계에도 울려 퍼져서 아픈 지구를 조금은 덜 아프게 할 수 있기를 소망해봅니다. 다시한번 멋진 글 소개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https://dknetgoodday.podbean.com/


이전 06화 용기가 향기로 다가오던 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