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머리에 쥐 난다~~

by 발자꾹


날이 점점 무더워지는데 이번 주에 행군한다 해서 걱정했어. 잘 마치고 무사히 돌아왔다는 전화를 받아서 넘넘 행복해. 고마워^^. 지난밤에 불침번도 서고 새벽부터 행군하느라 얼마나 피곤하고 힘들었을까? 그래도 중간중간 쉬면서 잘 마쳤다고 말하는 네 목소리가 밝아서 더 좋더라. 울 아들 하루하루 더 씩씩해지는 거 같아. 이번 주 수류탄 훈련도 있던데 조심히 잘 하구. 이젠 콜콜 잠자고 있겠지?


지금 가장 궁금한 건 친구들 전화번호겠지? 엄마가 알려주마 ㅎㅎㅎ. 네가 전화하면 무척 반가워하겠다.


아빠는 지금 머리에 쥐가 나겠다. 이제 오늘 밤 하고 목요일, 금요일만 공부하면 시험 끝나고 홀가분할 거야. 그치만 너도 알지? 시험 보기 며칠 전이 가장 힘들다는 거. 오랜 기간 공부해 온 엄마도 시험이 낼모레로 다가오면 신경이 곤두서곤 해. 공부했다고 생각했는데 문제 풀면 자꾸 틀리고 또 틀리고……. 네 목소리가 들리진 않겠지만, 이 편지 읽으면 속으로라도 크게 아빠를 응원해 줘! 아빠가 힘이 많이 날 거야.


책은 잘 읽고 있니? 이젠 안 보내줘도 되나? 엄마는 다음 주 ‘보물찾기’ 책 모임 발췌 준비하느라 참고도서를 하나 읽고 있어. 프란츠 파농이란 작가가 쓴 『검은 피부 하얀 가면』이야. 프랑스 식민지 출신 흑인(이렇게 구분하긴 싫지만) 정신과 의사가 쓴 책인데 흑인도 아니고 백인도 아니고 그냥 보다 나은 인간 세상을 꿈꾸며 쓴 글이야. 좀 다르긴 하지만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식민지를 겪으셨지. 일본을 미워하는 사람들과 오히려 일본인처럼 되려고 애썼던 사람들이 떠올랐어. 오랜만에 시험공부가 아니라 그냥(발췌 준비긴 하지만) 책을 읽을 수 있어서 참 좋다.


우리 아들은 어떻게 책을 읽고 있을까 궁금하다. 솔직히 말하면, 학창 시절 엄마는 『데미안』이 하나도 이해되지 않았어. 재미도 없었고. 반은 겉멋이 들어서 읽었다고 할 수 있지. 공부만 하는 친구들 앞에서 ‘나는 이런 책도 읽는다’ 하고서……. 하지만 마흔 살이 훌쩍 넘어 세상을 조금 알게 되니까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 많았어. 엄청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넌 어때? 그대는 철학책도 좀 읽었으니 재미있을지도 모르겠다. 엄마보단 생각이 더 크니 말야.


오늘 밤은 아주 아주 푹푹 잘 자.


불침번도 안 서도 된다니 말야. 내일은 또 내일 훈련을 침착하게 하나씩 잘 해낼 거라 믿어.


사랑해!


2019년 7월 3일 밤 11시 59분

입소 23일째


-엄마가 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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