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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샐리 존스 Jun 27. 2021

어느 비 오는 날에 너에게 묻는다

오늘 하루 어땠어?

"오늘 하루 어땠어?"

그의 얼굴이 유난히 까칠해 보일 때면

나는 그에게 물어.

아니 그런 날은 묻지 않아.

그냥 그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그에게 꼬옥 안기는 거야.

"오늘 하루 어땠어?"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에게 물어.

"응, 좋았어."

매일 똑같은 대답을 하는 걸 알면

나는 또 묻게 돼.

"오늘 하루 어땠어?" 라고 말이야.

하지만, 너의 하루는 어땠느냐고...

나에게는 한 번도 묻지 못했던 것 같아.

항상 나는 나를 가장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정작 스스로를 돌아보지 못하고 살았나 봐.

눈을 뜨면, 아이들의 등교 준비를 해.

그렇게 하루를 시작해.

매일 반찬투정을 하는 큰아이에게

내일부터는 밥을 차리지 않겠노라고.

아침마다 네가 좋아하는 시리얼을

스스로 챙겨 먹으라고 말할래.

아이들이 학교를 가면 청소를 시작해.

매일매일 하던 청소를 오늘은 쉬어야겠어.

비가 오니까. 천둥과 번개가 치니까.

빗소리에 어울리는 음악을 들으며

향이 좋은 커피를 마셔야지.

미뤄두었던 책도 읽고 이렇게 글도 써야지.

아이들이 돌아오면 무엇을 할까?

비가 오니까 놀이터는 어려울 거야.

그렇다면, 소리 내서 책을 읽어줘야겠다.

루리의 [긴긴밤]을 함께 읽으며

  코뿔소와 펭귄의

아름다운 여정을 함께 하는 거야.

어쩌면, 나는 또 주책없이 눈물을 흘리겠지.

늦은 오후에는 일을 해야 해.

20개월 남자아기와 미술놀이를 하기로 했는데,

가만히 앉아있지 못하고 막 돌아다닐 것 같아.

그래도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겠지?

달큰한 솜사탕 같은 냄새가 날 거야.

걱정보다는 기대로 너와의 만남을 준비할게.

저녁에 비가 그치면, 나는 산책을 할 거야.

비 그친 하늘은 언제 봐도 아름다우니까.

애플망고 색으로 물들어 가는 하늘을

아이들의 손을 잡고 걸으 보고 싶어.

온 뒤 바람은 차겠지만,

아이들의 손은 따뜻하겠지.

밤이 깊었어.

"오늘 하루는 어땠어?"

지친 얼굴로 돌아온 그에게 인사를 해.

그의 다정한 눈을 마주 보며 맥주를 마셔야지.

고단했던 하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거야.

밤에 취해, 술에 취해 몸이 나른해지면 말이야,

그의 팔베개를 베고 서로의 체온을 느끼며

그렇게 잠이 들래.

오늘도 행복한 하루였다.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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