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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샐리 존스 Jun 29. 2021

작은 들꽃에게 위로를 받다.

중랑천 자전거길에서.

   지난주. 중랑천에 자전거를 타러 갔다. 자전거를 타고 30분쯤 달리다보니 장미꽃들이 하나둘 눈에 띄기 시작했다. 곧이어 갖가지 색깔의 장미로 가득 채워진 뚝방길이 나타났다.

   장한평과 공릉 사이, 중랑천 뚝방길에는 매년 5월이면 장미축제가 열린다. 코로나 때문에 장미축제가 열리진 않았으나, 계절의 흐름에 따라 알아서 피고 지는 장미꽃은 사람의 사정과는 상관없이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었다. 사람 얼굴 만한 왕장미는 작은 언덕을 이루고, 담장을 타고 오른 장미 넝쿨은 화려한 장미터널을 만들었다.


   장미꽃밭 옆으로는 드넓은 유채꽃밭도 펼쳐져 있었는데, 작고 노란 꽃들이 한 덩어리를 이루어 바람에 따라 이리저리 살랑거리는 모양새가 아름다웠다.

   그곳은 꽃구경을 나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사람들은 아름다운 장미를 보고 감탄을 하며 너도 나도 사진을 찍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 같다. 일부러 꽃을 보기 위해 먼 길을 나서고,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도 그냥 지나치지 못해 안장에서 내리는 걸 보면 말이다. 우리도 자전거를 멈추고 꽃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오늘도 중랑천으로 자전거를 타러 갔다. 지난주보다 천천히 달려서 그런지, 오늘따라 유난히 들꽃들이 눈에 들어왔다. 어디서 날아온 꽃씨인지, 생김새도 색깔도 다른 꽃들이 널찍히 떨어져 있기도 하고, 옹기종기 모여 있기도 하면서 강변을 따라 피어있었다.

   어느덧, 장미축제 구간에 가까워졌다. 지난주 그렇게 많았던 사람들이 어쩐지 보이지 않았다. 그 이유를 우린 곧 알 수 있었다. 꽃들이 시들고 있었다. 선명했던 빛깔과 싱싱함을 잃고 고개를 숙인 채로 저들끼리 납작하게 뭉쳐있는 모습은 처참해 보이기까지 했다. 들판을 가득 메웠던 노란 유채꽃도 초록색 잎사귀들 사이에 드문 드문 남아 있었다.

   들꽃들은 오히려 더 화려하고 예쁘게 피어 있는데, 사람들은 굳이 들꽃들을 찾지는 않는구나. 요즘엔 장미도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인데, 사람들은 장미꽃을 보러 일부러 찾아오면서 왜 들꽃들은 찾아오지 않는 걸까?


   아마도 장미꽃은 개화기간이 짧아 시기를 놓치면 그 모습을 볼 수 없지만, 들꽃들은 한 녀석이 피고 지면, 다른 녀석이 꽃을 피우고, 그 꽃이 지면 또 다른 꽃이 피고 지기를 반복하며 늘 거기에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누가 보아주지 않아도 누가 가꿔주지 않아도 강변을 아름답게 채워주는 이름 모를 들꽃들. '참 예쁘다', 생각하면서도 굳이 자전거에 내려 꽃을 즐기려 하지 않았던 내 마음도 그래서였던 것 같다.

   들꽃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다. 아름답지만 뽐내지 않고, 자세히 봐야 눈에 들어오는 들꽃. 문득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았을 때, 언제나 그 자리에서 소박한 위로가 되어 주는 들꽃.


   잘난 것 하나 없는 평범한 삶이지만, 들꽃처럼 어우러져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어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 글은 장미축제가 끝나가던 2021년 5월에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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