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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샐리 May 29. 2022

이직에 성공했다

    수많은 실패 끝에 한 회사에서 오퍼를 받았다. 풀 재택근무에 연봉도 오르고 업무도 커리어에 도움이 될 만한 일이다. 너무 기쁘고 심장이 벌렁벌렁 거린다. 이직에 실패했다 글을 올린 이후로도 몇 차례 회사들과 인터뷰를 봤지만 전부 낙방했는데 내가 오퍼를 받아야 할 회사는 단 하나라는 말이 오늘처럼 실감이 난 적이 없다. 


    미국은 Great Resignation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이직을 하는 직장인들이 많다. 곧 전 직장이 될 회사만 하더라도 지난 1년간 직원의 1/3 정도가 퇴사를 했다. 유래 없는 인력 부족 덕분에 이직을 하며 더 좋은 조건으로 몸값을 올리기 수월해졌고 사람들이 그 기회를 놓칠 리 없다. 

    하지만 이렇게 단군 이래 이직 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임에도 나의 이직은 결코 쉽지 않았다. 5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개발자에 비해 2년이나 그 이하의 경력을 가진 개발자는 수요가 덜 한 것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내 능력 부족이다. 


    내 능력은 누구보다 내가 제일 잘 안다. 내 노력도 남들은 속여도 나는 안다. 그래서 스스로의 의지력에 실망하고, 실력에 실망하고, 이직을 준비하면서 타인과 비교를 하지 않는 성격임에도 남들은 나보다 배는 열심히 살고 있는데 나는 이렇게 살아서 이 모양인가 하는 자책을 심하게 했다. 

    나에게는 이직이 취준보다도 어려웠다. 내가 첫 직장을 잡은 건 운이었고 나는 스스로의 실력으로 다른 회사로는 옮길 수 없는 그런 사람인 걸까 생각하며 포기할 때쯤 오퍼가 왔다. 하지만 이번에도 실력보다는 운이 컸다고 생각이 든다. 이직 준비를 하면서 자존감이 많이 깎여나간 것도 있지만 좀 더 객관적으로 내 실력이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는지 알게 되었기에 하는 말이다. 


    남들은 연봉을 늘리기 위해 몇 년에 한 번씩 이직을 한다던데 과연 나도 그렇게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웠다. 아마 밀리와 함께 살고 싶다는 마음이 아니었으면 오퍼를 받기 전에 포기했을 것 같다. 내가 살아온 25년 동안 나는 정말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조금의 노력으로도 좋은 결과를 얻었고 그래서 노력 대비 가성비를 따지며 대충 중간 정도만 하자라는 생각으로 살아왔다. 그런데 앞으로는 점점 그렇게 살기 힘들 것 같다. 사람들이 너무 열심히 사는 것 같다. 중간만 가기가 점점 힘에 부친다. 


    그래도 지금 당장은 너무 행복하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원하는 걸 이뤘고 이루기까지 고생한 나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다. 부족한 점도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도전한 끈기는 인정해줘야지. 힘들게 얻은 기회이니 만큼 더 열심히 해서 좋은 경력을 쌓아 다음 이직은 운이 아닌 실력으로 얻어냈다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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