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꼭 성공하고 싶지만 아직은 멀게만 느껴지는 꿈의 아사나가 있다. 꿈의 아사나는 시기에 따라 바뀌기도 하고 여러 개를 갖고 있을 수도 있다. 현재 나에게 꿈의 아사나는 다리를 앞뒤로 찢는 자세인 하누만 아사나이다. 사람들은 요가를 오래 하면 다리를 모두 잘 찢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그렇지 않다. 특히 나는 다리를 앞뒤 또는 옆으로 곧게 뻗는 ‘스플릿’ 동작들을 정말 못하기 때문에 스플릿이 필요한 동작에선 무릎을 굽혀 구부정한 자세를 취해야 겨우 버틸 수 있다. 언젠가 수련을 거듭하다가 다리를 잘 벌릴 수 있게 된다면 나는 새로운 꿈의 아사나를 설정할 것이다.
사실 나는 이미 한 번 꿈의 아사나를 손에 넣은 적이 있다. 선 자세에서 몸을 뒤로 젖혀 양손으로 바닥을 짚었다가 다시 반대로 올라오는 ‘드롭백컴업’은 충분한 유연성과 힘, 그리고 요령까지 필요한 고난도 아사나에 속한다. 지금도 어떻게 하면 더 안정적으로 여러 번 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수련하는 아사나 중 하나이지만, 처음 드롭백컴업에 성공했던 날엔 원하던 대학에 합격했을 때 이후 처음으로 엄청난 성취감을 느꼈다.
새로운 선생님을 찾게 되어 수련을 다니기 시작했는데, 당시 코로나 확산세가 한창 심하던 때라 거의 모든 수업이 비대면으로 진행되었다. 좁은 방에 최대한 넓은 공간을 골라 요가 매트를 깔고, 매트 양쪽이 충분히 화면에 잡힐 수 있도록 노트북 카메라를 조정했다. 방문 앞에는 엄마나 아빠가 불러도 대답 없는 딸이 뭐하나 궁금해 방문을 열지 않도록 ‘수업 중’이 적힌 포스트잇을 붙였다. 수업이 시작되면 블루투스 이어폰을 귀에 낀 후 선생님이 보이는 화면을 향해 인사했다.
“나마스테-”
선생님이 오늘의 피크 포즈(주요 동작)는 드롭백컴업이라고 하셨기에 나는 단계별로 알려주시는 순서를 따라가다 절반 정도 내려가는 것까지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다. ‘음, 그 정도만 해도 꽤 힘들겠군.’ 그리고 워밍업 동작들을 거쳐 드롭백컴업을 준비하는 시간이 되었을 때, 별 욕심 없이 차근차근 선생님 안내를 따라갔다. 정석대로라면 상체를 먼저 젖히고 팔을 뻗어 바닥에 내려놓는 것이지만, 초보자를 위해 다른 방법을 안내해주셨다. 먼저 양손으로 허리 뒤를 받치고, 상체를 조금씩 젖히면서 서서히 더 아래를 짚었다. 허리, 엉덩이, 허벅지 뒷면, 그리고 무릎 뒷면을 짚었을 때 정수리가 바닥에 많이 가까워졌다고 느꼈다. 넘어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올라왔지만, 손이 이미 꽤 바닥에 가깝게 내려와 있다고 느껴져 재빠르게 손을 떼어서 바닥으로 가져갔고, 타악. 양손이 바닥에 닿았다. 이렇게 내려오면 ‘드롭백’에 해당한다. 일단은 천천히 바닥으로 누웠다. 처음으로 드롭백을 성공한 것에서 이미 마음이 벅찼고, 반대로 다시 일어서는 ‘컴업’은 어렵겠지만 시도라도 해보자는 생각으로 드롭백을 한 번 더 했다. 그리고 끙끙대다가 반동을 살짝 이용해 상체를 들어 올렸더니, 우뚝. 어느새 자리에 선 자세로 일어섰다. 너무 깜짝 놀라 그대로 입을 틀어막고 노트북 화면 앞으로 주저앉았다. ‘선생님!!!’ 마이크는 꺼져있었지만, 눈빛으로 소리를 질렀다. 그런데 침착하신 우리 선생님…
“자, 얼른 자리로 다시 가세요~”
진정하고 매트로 돌아갔다. 마무리 자세로 몸을 풀고 마지막 자세인 사바아사나로 편하게 누웠다. 코가 막히면서 뜨거운 눈물 줄기가 관자놀이로 주룩주룩 흘렀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성취감은 너무 오랜만이었다. 오직 내 힘으로 무언가 이뤄낸 적이 있었나? 일하면서 월급 이외에 나에게 주어지는 뿌듯함이라는 감정이 있었나?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여태껏 무언갈 열정적으로 좋아해 보긴 했지만, 그 열정으로 무언가 이뤘다고 느낀 적은 없었다. 처음 느껴보는 감정에 가슴이 뛰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드롭백컴업을 처음 성공한 사람은 요가원에 떡을 돌리며 축하받기도 한다. 그만큼 수련생에게 드롭백컴업은 한 단계 나아가는 지표가 되는 동작인 것 같았다. 조금 더 호들갑 떨고 자랑할 걸, 지금 생각하면 조금 후회가 되지만, 같은 후회를 하지 않기 위해 지금은 안 되던 동작에 성공하면 곧장 인스타그램에 자랑하고 칭찬 세례를 받는다. 언젠가 현재 꿈의 아사나인 하누만 아사나를 완성하게 되는 날, 그땐 떡을 한번 맞춰도 되지 않을까? 떡집을 한 곳 알아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