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의 미학
오랜만에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퇴근하고 있다. 밤새도록 무섭게 비가 내리더니 지금은 하늘이 화창한 얼굴을 하고 장난스럽게 웃고 있다.
변화를 두려워하게 되는 건 새로운 시작에 따르는 수많은 리스크를 어느 정도 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어디에도 적응을 잘하고, 어느 순간에도 잘 살아남는 편인데 이제는 낯선 환경을 만나게 되면 어떨지 모르겠다.
떠나야 하는 이유, 떠나지 못할 이유 등등을 생각해보곤 하는데 어떤 것도 안될 이유는 없다. 나는 늘 자유로움을 추구하며 살았는데 나이들수록 내 어깨에는 책임의 무게가 늘어간다.
선교지에서 늦둥이를 낳은 동생이 돌 기념 및 안식월을 맞아 한국에 들어갔다. 5명의 식구들이 움직이는 것이 보통 일은 아니지만 쉼의 시간이 필요했으리라. 팬데믹 기간에 모두 힘든 시간을 보냈겠지만 후원비가 끊기고 발이 묶인 선교사들만하랴.
무언가를 견디고 시간을 버틴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기도와 후원의 동역자가 필요한 선교사에게 지원이 없어지고, 하루하루 생계를 위해 사는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어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은 반복되고 우리는 그 자리를 지킨다. 삶에 그 어떤 것도 의미 없는 일은 없다. 비록 아무런 변화가 없더라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 반드시 기회는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