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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lly Yang Sep 18. 2023

삶의 비하인드

나를 찾아가는 여정

오랜만에 우연히 8년 전에 알게 되었던 지인을 만났다. 그 당시에는 유학생이었고 졸업 후 불투명한 미래 앞에 고민이 많은 30대였다. 지금은 한 직장의 HR 매니저로 자리를 잡았고, 조금은 투명해진 현재를 살아가고 있었다. 변한 것이 없어 보였지만 따로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많은 것들이 달라져있었다. 안정된 삶은 불편함을 견딜 수 없는 사람으로 만들어주었고, 사람에 대한 상처는 더 이상 관계를 이어가고 싶지 않게 되었다. 삶은 지루해졌고 외롭다고 감정조차 느낄 겨를 없이 시간은 흘러갔다. 주말에는 가끔 골프를 치러 다니고, 배우려고 사둔 키보드와 투자 관련 책들 그리고 닌텐도가 기다리고 있었지만 현실은 티브이 앞에서 하루를 마무리했다.


그녀의 눈은 어떤 기대나 소망, 기쁨 또는 슬픔이 느껴지지 않았다. 사람에게 감정을 빼면 무엇이 남을까. 차라리 불투명한 미래를 걱정하며 무언가를 기다렸던 시절이 더 살아있는 것 같은 때가 아니었을까.

돌이켜보면 나의 인생은 (결혼 후는 남편과 함께) 새로운 일들을 만나고 경험하며 절망을 통한 성숙과 생각지도 못한 기쁜 일에 대한 감사를 배우게 했다. 인생은 끊임없는 배움을 통해 나를 돌아보게 만들었고, 부족함을 통해 사람은 결코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존재임을 알게 해 주었다.




살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어려운 일들을 만나게 된다. 며칠 전 교수, 부사장, 변호사들의 모임에 다녀왔는데 엄마의 역할과 더불어 직장에서의 커리어를 지키기 위한 치열한 삶의 흔적들은 이혼과 불면증, 주기 적인 상담사를 만나는 삶의 형태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삶을 나누며 함께 격려하면서 각자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냄의 감사를 느끼게 해 주었다.


완벽한 삶은 없다. 다만 완벽해 보일 뿐… SNS의 모습은 우리의 전부가 아니다. 직장 생활이 내 삶의 전부가 아닌 것처럼 우리는 비하인드를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누군가의 삶을, 또는 그 사람을 ‘안다고’ 말할 수 없다. 보이는 것은 그저 보이는 것일 뿐이다.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삶을 살아가기보다는 내면의 나를 더 잘 가꾸고, 내가 누구인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아는 것 그리고 기쁘거나 슬플 때 함께 나눌 수 있는 친구 한 두 명이 있다면, 삶은 더욱 풍요로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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