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제 : 아침
아침의 작은 위로
아침 잠이 채 가시지 않은 몸을 일으켜 익숙한 길을 걷는다. 새벽 공기가 얼굴을 스치고, 그 차가운 냄새가 느릿하게 머리를 깨웠다. 차 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자 낮은 진동이 손끝에 퍼졌다. 이어지는 라디오 소리. 켜둔 줄도 몰랐는데 자연스럽게 흘러나온 DJ의 목소리가 조용했던 차 안을 가득 채웠다.
“오늘 하루도 힘차게 시작하세요.”
매일 듣는 멘트인데도 그날따라 처음 듣는 말처럼 마음이 정돈된다. 뉴스가 이어지고 경제 지표와 날씨 교통 상황이 흐른다. 집중해서 듣는 건 아니다. 이런 정보들이 아침마다 나를 세상과 연결시켜준다.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위로가 된다.
창밖 풍경은 익숙했다. 신호등 앞에 멈춰 선 학생들, 커피를 들고 바삐 걷는 직장인들, 늘 지나다니는 간판들. 특별할 것 없는 모습들이다. 그 안에서 문득 시선을 끄는 장면이 있었다. 꽃집이었다. 유리문 너머로 분홍빛 장미와 노란 프리지아가 활짝 피어 있었다. 몇 번이나 지나친 곳인데 그날따라 유독 눈에 들어왔다.
‘저 꽃들은 언제 저렇게 활짝 폈지?’
잠시 그런 생각에 잠긴다. 상상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누군가에게 저 꽃 한 송이를 선물한다면 그 사람도 나도 아마 마음이 따뜻해질 것이다. 그 상상만으로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라디오를 잠시 껐다. 조용한 공간에 생각들이 밀려들었다. 오늘 처리해야 할 업무들, 미뤄둔 일들,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걱정들. 그 무게가 짧은 시간 안에 가슴을 눌렀다. 다시 라디오를 켰다. 익숙한 목소리와 잔잔한 음악이 공간을 채우자 어지러웠던 마음도 조금은 풀렸다.
출근길은 늘 정신없다. 그 속에서 느껴지는 작은 행복들이 있다. 직접 내린 커피의 향기 따뜻하게 데워진 차 안의 공기 손등을 스치는 부드러운 햇살. 그날 아침은 유독 빛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나도 모르게 손을 창가로 가져갔고 햇빛을 받은 손등이 조용히 마음을 녹였다.
“그래, 오늘도 잘 버텨보자.”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그 말이 나를 하루 앞으로 밀어줬다. 회사 근처에 도착해 주차장을 돌고, 겨우 한 자리를 찾아 차를 세웠다. 시동을 끄기 직전 라디오에서 마지막 멘트가 흘렀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그 말에 나도 모르게 다시 대답했다.
“그래, 오늘도 잘 버텨보자.”
차 문을 열고 내리자, 차가운 아침 공기가 다시 한 번 온몸을 감싸 안았다. 평범한 하루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분명히 무언가 따뜻한 것이 내 안에 남아 있었다. 어쩌면, 그게 내가 오늘 하루를 살아낼 수 있는 이유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