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을 인정하고 배려할 때 행복해집니다
신혼여행을 10박 이상으로 가기로 하면서 불안함이 엄습했습니다. 이런 사례를 본 적도 없거니와, 영업사원으로서 10일간의 자리 비움은 큰 부담이었으니까요. 혹여나 군기가 빠졌다고들 하지나 않을까. 문제라도 생기지 않을까. 그러나 아내는 완고했습니다.
“회사는 오빠가 없어도 잘 돌아가. 일이란 건 반복되지만, 신혼여행은 한번뿐이야.”
“알지. 그래도 너무 오래 자리를 비우면 좀 그렇잖아?”
“도대체 누구 눈치를 그렇게 보는 거야? 남 얘기가 아니야. 우리 신혼여행이라고!”
적정한 신혼여행기간 이란 게 있겠습니까. 그저 정도껏 해야 한다는 생각만 했을 뿐이죠. 남들이 하는 대로. 정도껏. 결국 아내의 고집을 꺾지 못하고 장기간의 신혼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 거짓말처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간의 아내와의 논쟁이 무색하게 말이죠. 제 백업을 맡아준 동료 외에 대부분은 제가 얼마나 자리를 비웠는지조차 몰랐습니다.
평생 잊을 수 없는 즐거운 추억을 쌓았고, 회사에서도 별 일 없었고. 아내 말이 맞았습니다. 저 혼자 눈치를 본 겁니다. 타인과 비교하고 눈치 보느라 할말 못 하던 사람. 정확히 그 반대편에 제 아내가 있습니다. 행동과 판단의 근거를 늘 자신에게서 찾습니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죠.
부부는 닮는다고 했던가요. 제 안에서 조금씩 아내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산통이 있었습니다. 언쟁도 있었고 남모를 속앓이도 있었죠. 아내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서로가 서로의 정과 끌이 되어 깎을 것은 깎고, 다듬을 것은 다듬어 갔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에게 조금씩 더 쉴만한 사람으로 변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변화는 집안에서의 각자의 역할에도 변화를 일으켰습니다. 전통적인 남녀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부담으로 더 이상 골머리를 썩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서로의 성향을 배려하여 자연스럽게 업무분담이 이루어졌습니다.
아이의 변화에 누구보다 민감하게 반응하는 아내는 아이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일에 더 깊은 개입을 합니다. 예를 들어, 재워주거나 달래주거나, 동화를 읽어주는 일들이죠. 물론 아내가 외출할 일이 있으면 제가 담당을 합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서브일 뿐. 여전히 아이는 엄마의 품을 더 그리워합니다. 가족의 대소사를 챙기거나 월급관리를 하는 것도 매일 다이어리를 작성하는 꼼꼼한 아내가 합니다.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도 눈치 보지 않고 대범한 아내에게 많이 의존합니다.
반면 만들기를 좋아하는 저는 집안의 밥상을 책임집니다. 장을 보러 가면 식재료 코너에서의 리더는 저입니다. 가족의 식습관이나 냉장고 상황을 가장 잘 알고 있으니까요. 각종 쓰레기를 버리러 가는 것, 무거운 짐을 운반하는 것도 기꺼이 저의 몫입니다. 아이와 함께 시냇물에서 고기를 잡거나 밭에서 채소를 따는 일. 수영이나 썰매, 축구 등 몸으로 하는 일도 역시 모두 제가 맡습니다. 과묵한 처갓집에 방문하여 대화 꽃을 피워내는 것도 저의 몫이고요.
이렇게 타고난 성향에 맞게 자연스레 일을 나누다 보니 만족도도 매우 높습니다. 9년 차에 접어든 결혼생활. 아내는 신혼보다 지금이 더 좋다고 합니다. 저야 말할 것도 없죠.
남녀 사이에는 분명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성별을 떠나 개인 대 개인으로도 마찬가지고요. 좋고 나쁜 것이 아닌 다른 것.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를 배려할 때 축복이 시작된다는 것을 저는 집에서 느끼고 있습니다.
Who am I?
'나에게 가장 어울리는 일은 뭘까?'
이 질문 하나로 많이도 돌아다녔습니다
직장 4곳, 장사 1번. 마침내 찾았습니다
저의 '경험과 생각'이 도움이 되길 바라며..
"당신이 잘됐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