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부부싸움, 해서 문제가 아니라 안 해서 문제

걱정 마세요 당신은 이미 충분히 노련한 파이터입니다

by 안치형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안다’ 부부도 마찬가지입니다. 붙여봐야 차이를 알 수 있습니다. 어떻게 붙여야 하는 가에는 이견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싸움’을 붙여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안 그래도 폭발 직전의 화약고 같은데 불씨를 댕기라니. 그러나 이만큼 배우자를 잘 이해하는 방법도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싸우지 않고도 맞춰간다면 최선일 테지만, 범인의 영역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입니다.






왜 우리는 싸워야만 하는 걸까?


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해 우리가 해온 가장 익숙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대학 입학, 취업. 하다못해 맛있는 반찬과 새 학기 수강신청까지. 모두 투쟁 아니었던가요. ‘내가 합격할 순 있었지만 너를 위해 양보했다’ 이렇게 입시나 취업을 결정하신 분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원하지 않아도 태어날 때부터 이미 경쟁의 한 복판에 던져진 인생. “나의 삶은 끊임없는 투쟁의 연속이다” 비단 굴곡진 인생을 산 역사적인 인물만 할 수 있는 말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물론 싸움에도 종류가 있습니다. 전쟁이나 스포츠처럼 승패를 가르는 싸움이 있는가 하면, 아무 의미 없이 그저 욱해서 하는 싸움도 있습니다. 토론처럼 더 나은 방향을 찾기 위한 싸움도 있고요.

좋은 부부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싸움은 토론 같은 싸움이어야 하겠죠. 목적이 명확한 만큼 규칙도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호기롭게 시작했다가 초라한 디스전으로 끝나지 않도록 말입니다. 많지도 않습니다. 2가지 밖에 안됩니다.




어떠한 형태의 폭력도 금지입니다.


밀치는 것도 안 됩니다. 욕도 안 되고, 자존심에 상처 주는 말도 금지입니다. 정상적인 가정교육을 받았다면 지극히 상식적인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상식적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화날 때마다 남편이 밀친다고 고백한 이가 있습니다. 내색은 안 했지만 적잖이 놀랐습니다. 제가 아는 그 남편은 배울만큼 배운 사람이었으니까요. 그런 사람이 배우자를 밀치다니. 성경은 말합니다. 당신의 믿음을 말이 아닌 행위로 증명하라고. 배우자는 훈육의 대상이 아닙니다. 서로 맞춰가야 할 파트너지.



싸움의 원인을 되짚어 봐야 합니다.


무엇이 나를 화나게 했고 배우자를 건드렸는지 돌아보는 과정에서 서로에 대해 깊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부끄럽지만 제가 이걸 참 못했습니다. 시간 지나면 알아서 풀리는 소위 ‘지 혼자 편한 성격’이라 그랬는지도 모릅니다. 단순해서 일수도 있고요.

다행히 아내가 잘합니다. 한차례 폭풍 같은 시간이 지나간 후에 무엇 때문에 갈등이 생겼는지 차근차근 설명을 해주죠. 이게 참 도움이 됐습니다. 물론 타이밍도 중요합니다. 또 다른 싸움으로 번지지 않으려면 말이죠.


자랑같지만 지인들의 말을 빌리면 저희 부부만큼 관계가 좋은 부부도 드물다고 합니다. 이런 가정을 꾸릴 자신이 없어서 결혼이 두렵다고 말한 이들도 많았고요.

그럴 때마다 해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 부부의 행복의 비결은 다름 아닌 부부싸움이라고. 그것도 적당한 선에서 서로 감정 상하고 등 돌리는 싸움이 아닌, 정말 끝까지 가는 싸움이라고 말이죠. 건드려본 만큼 상대를 이해하기 마련이니까요. 물론 더 좋은 관계가 목적이어야 함은 말할 것도 없고요.



쓰고 보니 참 대단하지도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이마저도 하지 않아 오늘도 많은 부부가 원수처럼 지내는 걸 봅니다. 자기들은 한 번도 싸워본 적이 없다고 자랑하는 부부 치고 상대에 대한 이해가 깊은 부부는 많이 보지 못했습니다.

타고나길 선한 사람들이라면 축복입니다. 그러나 적당히 참고 넘어갔다면 언젠가 문제가 발생하고 맙니다. 참아온 세월에 비례해 문제도 크게 터집니다. 한 번의 싸움으로 이혼한 부부도 봤습니다.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어버린 싸움. 아마도 그간의 서운함이 모두 녹아있는 전면전이었을 겁니다.


만약 싸움이 너무 잦아서 문제라면, 특히 공감이 없어서 생기는 문제라면 위의 두 가지 외에 다른 방법이 있긴 합니다.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이 문제의 경우 대부분 남자들의 잘못이긴 하지만요. 이전 글 "부부싸움, 피할 수 없으면 다물어라" 보기



배우자에게 서운한 것이 있으신가요? 두려워 말고 당당하게 요구해 보세요. 안되면 싸워서라도 얻으세요.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아주 잘 싸우는 사람입니다. 매우 이성적이고 노련한 파이터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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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잘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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