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자던 구름의 나날

「구름의 나날」 모니카 바렌고 그림

by 그리다 살랑



[구름의 나날] 중 책장을 넘기다 마음이 머무는 곳에서 멈추었다


타닥타닥

나무 타는 내음이 나는 듯
색연필의 뭉근한 온기


책장을 넘기다 마음이 머무는 곳에서 멈추었다.

섬세한 갈색 톤을 비집고 나온 꽃 한줄기.

가만히 응시하니 구불구불 힘줄이 단단해지고 생명이 자라난다.

마디마다 새 줄기가 뻗어나가 지붕을 넘어 꽃을 피워낸다.


내가 살던 신월동 반지하에도 꽃은 자라났다.

지붕 위로 구름만 그득한 어두움뿐이었는데

구름 위로 태양이 떠올랐나 보다.




중1까지도 혼자 자는 게 무서웠다.

언니랑 아빠랑 잘 때도 끝자리는 무서워 항상 가운데만 고집하던 나였다.

만날 가운데만 고집해서 벌을 받았는지

끝자리는커녕 아예 아무도 오지 않는 집에서 혼자 자게 됐다.


무서우니 전등을 끄지는 못하고 눈부시니 잠을 못 잔다.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면 한 여름이 아니어도 온몸에 땀이 진득이 묻어난다.

콧잔등과 인중에 촘촘히 땀이 맺혀도 이불을 걷어낼 수가 없다.

눈앞에 홍콩할매귀신이 까꿍하고 나타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숨이 막혀 이불을 잠시 들춰야 할 때도

누군가 손을 쑥 집어넣을까 무서워 많이 열지도 못하고 얼른 닫아버린다.


고요함 속에 떠오르는 건 무서운 이야기뿐,

하여 무념무상을 위해 애쓴다.

이런저런 공상을 하다 보면 원망과 미움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언젠가부터 언니나 아빠가 집에 들어와도

(엄마랑 살기 시작할 땐 엄마가 들어와도) 혼자 자는 게 편했다.

언니랑 함께 잘 때면 언니는 꼭 내 몸에 다리를 척 올리고 잤다.

무겁기도 했지만 언니랑 살 닿는 게 싫었다.

사람이랑 살 닿는 걸 싫어한다고 생각했다.


근데 지금 남편이랑 잘 때 그렇게 내가 앵긴다.

남편 살이 닿지 않으면 잠이 안 온다.

1인 침대에서도 남편이랑 잘 수 있다. (나는 그렇다)

베개도 하나면 된다. 같이 베면 되니까.

남편은 누구(나) 살이 닿으면 잠이 안 온단다.

슬금슬금 피하느라 침대 끝에 매달려 잔다.

혹시라도 내가 침범하지 않게 빈틈없는 차렷자세로 각 잡고 잔다.


안 건든다 안 건들어




혼자 웅크려 잠들곤 했던 반지하에서도 꽃은 피어났다.

그토록 바라던 좋아하는 게 생겼다.

뭉근한 색연필의 질감과 색감에 마음이 머물렀다.

서걱서걱 그리고 싶어졌다.




꽃이 피어나요


머리와 가슴 사이 어딘가에서

꽃이

피어나요


그림을 향한 내 마음이

자꾸자꾸

피어나요


오후 햇살 속에 가지를 뻗어요


내 마음은
설레요 부여잡아요
또 밤이니까요

깊은 밤 절정엔 오롯이
나만 있어요

나는 있어요 언제나
아침도 있어요 언제나

꽃으로 피어날 내가 있다면
밤이든 아침이든

상관없어요

살 랑 살 랑

나만의 꽃으로
자 꾸 자 꾸

피어날래요

[구름의 나날] 중 한 구절을 인용해 쓴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