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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다 살랑 Jul 15. 2024

등자크 못 올려서 등드름 뽐낸다

ADHD+INFP+아들둘맘 정신세계드로잉

제 속살을 공개합니다. 괴물 아니에요.


등자크

다들 혼자 잘 올리는지,

왜 이렇게 쉬운 게 없나.



팔이 짧다. 손가락이 짧다. (엄지손톱은 반토막이다.)

등짝은 넓다. 유연성은 없다. 원피스는 꽉 낀다.

하지만 입고 싶다.

다른 옷은 안돼, 오늘은 이 옷이어야 한다.


혼자 입을 수 있는가?

...

도와줄 사람이 있는가?

- 제1의 가족 구성원 40대 남성 A 씨

일찍 출근하고 없다.

- 제2의 대안인 가족구성원 2, 3 두 분은

아직 등교 전이다.

열네 살과 열 살이면 조선시대 장가도 가고 옷고름도 풀을 터.


일단 건들고 싶지 않은 열네 살은 내버려 두고

아직 엄마 품을 파고드는 열 살을 불러본다.

막내라 그런가 아들이라 그런가 요령이 없다.

아랫부분 잡고 자크를 위로 당겨! 

자크가 뻑뻑하긴 하지만 그거 올릴 힘이 없니

왜 올릴 줄을 모르니.


할 수 없이 좀 더 세심한 손 조작과 힘 조절이 가능한  열네 살을 부른다.

- 게임할 때의 그를 보라 그는 해낼 것이다 -

온몸으로 귀찮음을 탄식하며 다가오더니

못 볼 꼴을 본 듯 등짝이 더럽다며 혐오하기 시작한다.

묵묵히 죄인처럼 입을 다물고 등만 들이민다.

어허. 내 등짝이 그렇게 화가 나나

자크 뽑히옷이 찢어지건 뭔 일이 날 것 같다.

고마 됐다 학교나 가라.

니 등도 더러운데 너는 니 등을 못 보니 나만 더러운 등이 됐다.

억울하다.


믿을 구석은 나밖에 없다.

방법이 있을 텐데... 요령이 있을 텐데...

어디에 있는가 방법과 요령이라는 것들이여.

온몸이 찐득찐득 땀으로 절여진다.

자크를 올려야 되는 데 왜 자꾸 뒤꿈치을 올리는겨.  

근데 이 옷을 굳이, 오늘, 꼭 입고 싶단 말이지, 나야?

꽃구경을 가는데 너까지 꽃무늬를 입을 필요가 있을까, 나야?

설득해 보지만 협상은 없다.


정신승리법을 가동해 보자.

약속장소에 가면 손동작이 부드럽고 뻑뻑한 자크도 얼마든지 올릴 스킬을 갖춘 친구들이 있다.

과감한 결단을 시작한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청자켓을 슬로 모션으로 어깨에 두른다.

그들을 만나기 전까지 자켓이 다른 사람들의 안구를 보호해 줄 것이다.

소중한 내 속살, 아니 등드름도..



또라이 : '정신적/ 육체적으로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도덕적인 기준에 크게 어긋난 행동을 하는 사람'을 낮추어 부를 때 사용하는 단어다.  -나무위키-


-> 사회적 도덕적 기준에 크게 어긋났는가? 청자켓이 기준을 지켜줬다. 어때 나 기준 있는 여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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