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주 Jun 30. 2024

상대에 따라 고기 굽는 솜씨가 달라진다.

굽는 기술 급 상승

둘째 아들이 초등학교 4학년 때 구토와 불안 증세로 입원을 한 적이 있다.

아들은 내가 해 주는 따뜻한 간호와 위로에 대해 끝없이 고마움을 표하며 평생 내가 자신에게 해 준 행동과 말을 잊지 않겠다는 의젓한 말을 했었다.

그리고 엄마가 없었으면 어쩔 뻔했을까 라며 사람의 심금을 휘젓기도 했던 둘째 아들은 지금도 여전히 지 버릇을 못 버리고  뜬금없는 심장 폭격을 하곤 한다.


중학생이 된 아들은 아직도 순수를 넘어 순박한 대한의 남아이다. 어리숙해 보이기도 하지만 내가 시사프로를 즐겨보며 하도 세뇌를 시킨 탓인지 아니면 나를 닮아서 의심이 많은 편이라 그런지 조금만 이상하거나 찝찝한 일에는 발을 들여놓지도 않으며 신변을 보호하는 안정 추구형 성향을 지니있다. 

성적도 안정적으로 베이스를 잘 깔아 주니 문제 이긴 하지만 그 외에는 점을 주고 싶은 아들이다.

친구들과 실컷 놀다 와서 내가 심심했을까 봐 눈치를 보며 데이트 신청을 한다던가 류미큐브 한판을 제안하는 착한 아들은 갈비를 좋아한다.


아들이 좋아하는 갈비는 널리 알려진 갈비 뷔페 갈비로 둘째 아들을 제외한 우리 가족 전체가 싫어해서 가기를 꺼려하는 곳이다.


주말 모교 대학생 야구 동아리 감독을 맡고 있는 남편이 동아리 후배들과 훈련을 하면서 둘째 아들을 참여시켰다. 둘째 아들은 중학교 1학년  1학기까지 리틀야구단 선수반에서 야구를 하며 내 등골과 시간을 뺏어간 이력이 있다. 그래도 야구를 좋아하는 아빠와 함께 할 수 있는 운동이 있다는 것에 돈과 시간을 투자한 보람이 있을 것이라 믿어 본다.


남편은 볼일이 있어 남겨 두고 아들과 둘이 아들이 그토록 원하던 갈빗집으로 향했다.

아들과 단둘이 고기 집에 가보긴 처음이었다.


난 고기를 잘 못 굽는다. 사실 갈비는 양념 때문에 쉽게 타서 굽다가 태우기도 많이 태운다.

하지만 이날은 아들 입에 들어가는 고기니 만큼 신경을 바짝 쓰며 굽기 시작했다.

내 입에 들어가는 고기는 아들이 배부르다 소리가 나오기 전까지 한 점도 없었다.

내가 갈비를 이렇게 잘 굽는 여자였나?

하나도 태우지 않고 아들 입에 쏙쏙 들어가 오물오물 씹어 꿀꺽 넘어가는 고기를 보니 배가 절로 부른 느낌이었다.


"엄마는 왜 안 먹어? 얼른 먹어. "

아들은 고기를 내 입 속에 넣어 주며 나를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사춘기가 한창인 아들은 언제나 선을 넘지 않으며 엄마를 잘 조련하는 능력을 지녔다. 순박하고 천성이 착해 그렇게 보이는 걸 수도 있다.


아마도 앞에 남편이 있었다면 내가 먹기 바빠 태우는 갈비가 더 많았을 수도 있다.

자식 앞에서는 고기 굽는 기술도 급 향상 되는구나 


아들의 예쁜 에서 나온 예쁜 말 때문에 아이스크림도 사주고 싶어졌다.

고기를 다 먹은 후 집 근처 아이스크림 31 가게에 들렀다.


학원 때문에 함께하지 못한 큰아들에게도 선택권을 주며 원하는 맛을 골라 보라고 문자를 넣었다.


아들은 문자로 대답해 왔다

엄마는 외계인 송주는 외계인


훗 ~ 또 장난친다.


한약을 마신 후 입안 가득 쓴맛에 얼굴이 찌푸려지다 달콤한 사탕 하나에

금방 쓴 맛이 가시 듯

자식 때문에 운명을 탓하기도 울기도 하다 웃기도 하며 40대의 한 때를 보내고 있다.




https://brunch.co.kr/@salsa77/239




이전 17화 운동 하러 가는 길에 주저하는 이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