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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주 Jun 23. 2024

운동 하러 가는 길에 주저하는 이유

운동 하기 싫다.

이곳은 지구 중력  세배의 해당하는 힘을 가진 장소다.

한 발자국 떼는 것이 이렇게 힘들 일인지 가속도의 법칙은 없고 관성의 법칙만 존재하는 이곳은

바로 헬스장 가는 길이다.


헬스장 출입구 얼굴 인식이 한 번 두 번 실패하는 순간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짓기도 한다.

인식 성공 후 문이 열리고 나면 블루투스 이어폰을 귀에 꽂고 생각 없이 운동을 시작한다.


난 한때 운동 중독 인간이었다.

주력으로 하던 운동은 수영이었고 수영을 근 10년 동안 했다.

어느 지점부터 욕심이 생겼다. 열심히 하다 보면 팔다리가 자동으로 빨라지고 뒤에 따라오는 멤버가 내 발이라도 건드리면 자존심이 상해 더 열심히 했다. 그렇게 해서 여자 회원들 중에서는 동급 최강이라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코로나로 수영장이 폐쇄되었고 그즈음 매너리즘에 빠져 있던 난 차라리 잘 됐다 생각했던 것도 사실이다.


코로나 반발 후 함께 수영을 하던 같은 반 사람들은 늘 하던 대로 바다 수영을 하며 수영장에 못 가는 아쉬움을 달램과 동시에 운동량 바다에서 채워 나갔다.

나 역시 이번 기회에 바다로 나가보자 마음먹었던 터라 수영반 사람들의 바다 수영 동참 성화에 못 이기는 척 바다 수영을 하러 가게 되었다.


역시 바다라는 자연은 인간이 만들어 놓은 수영장이라는 구조물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먼저 바다 수영을 해본 남편은 물이 고, 시야 확보가 안 되는 것을 집어 말하며 공포심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내 걱정을 했다. 하지만 내 상태는 남편의 우려했던 것들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았고 전혀 예상치도 못한 지점에서 나를 공포로 몰아갔다.


휘몰아치는 물속이 아니라면 무조건 살아남을 자신이 있었던 나의 오만함은 자연 앞에서 그저 한 파도 거리도 안 되는 나약한 존재였다.

그리고 그때 난 그날 깨달았다.

내가 만일 바다에 빠진다면 바로 죽을 수 있을 것이란 것을...

사망 원인은 단시간 내 발생하는 이상 저체온증쯤 될 것이다.


내가 바다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끼게 된 것은 다름 아닌 추위 때문이었다.


그때가 5월 마지막 날이었고 기온 역시 평년만큼 높아 전혀 추운 날씨가 아니었다.

하지만 두꺼운 수영 슈트도 내가 느끼는 추위를 막아주지 못했다. 팔다리를 아무리 휘저어도 열이 나지 안 않다. 물속에서 열심히 헤드업 전진을 하다 보면 자동으로 땀이 더 빨리 나기 마련인데 수온이 내 체온을 앞지르며 하강하듯 계속 춥기만 했다.


간신히 목적지까지 찍고 돌아오긴 했지만 너덜너덜해진 체력과 덤으로 얻은 푸른 입술은 해가 정오가 되도록 회복되지 않았다.



그리고 며칠 후 눈앞에 떠 다니기 시작한 점이 단순

비문증이 아니라 망막 박리였고 수경을 써 눈에 압박을 주는 행동을 삼가야 될 것 같다는 핑계로 수영을 그만두게 되었다.

 

폐쇄되었던 수영장이 다시 오픈했지만 다른 멤버들과 달리 나는 이 핑계 저 핑계되며 수영장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결국 내 운동중독 인생은 그날 바다 수영이 마지막이었던 것이다.


그 뒤로 이 운동 저 운동 운동 유목민처럼 떠돌다

지금은 헬스장에서 영화나 한번 보며 흉내만 내는 셀프 운동도 간신히 해 대는 인간으로 거듭났다.



그때 그렇게 운동에 목숨을 걸었던 이유를 생각해 보니 그 시간 만은 하루 중 내가 가질 수 유일한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사람은 넘치면 소중한 것을 모르고 부족하면 죽자고 매달린다.

그때 내가 그랬다.

수영을 숨이 턱까지 차오를 정도로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하루 중 잠깐 주어지는 짧은 나만의 시간을 최선을 다해 활용하자는 단순한 목적에 있었다. 

그러다 보니 토할 듯 힘들 때 한 번 더 팔다리를 휘젓고 나서 느끼는 아찔한 감이 중독의 길로 나를 인도하게 되었고 그렇게 오랜 시간 운동 부심을 갖고 살아왔다.



하지만 더 운동을 해도 모자랄 40대

운동하러 가는 길을 중력과 관성을 운운하며 코뚜레에 끌려가는 소처럼 안 가고 싶다.

마음속으로 온갖 핑곗거리를 만들어 낸다.


흔히들 쓰는 중독은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중독이란 존재하지 않는 듯하다.

운동 중독, 공부 중독 등

내가 추구하는 중독은 한번 놓는 순간 그 순간의 편안함이 되려 중독이 되어버리니 중독이란 단어를 좋은 것에다 붙이기엔 무리가 있다고 본다.


놓아 버리는 순간 자동으로 몸과 정신은 운동을 안 하던 사람처럼 편안한지 퍼지는지 모를 상태로 돌아가 버린다.


건강하게 살기 위해 코어도 단련하고 근육도 키워야 한다고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몸도 정신도 약해 빠진 내게 의사 선생님 역시 운동은 필수라고 말씀하신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뇌의 긴장을 풀어줌과 동시에 리셋 기능도 있어 다시 힘을 얻고 일상을 영위할 수 있다는 순기능을 난 이미 경험으로도 알고 있다.


나도  안다 다 안다고~~

하지만 운동 정말 하기 싫다.

커피나 마시고 신선놀음이나 하고 싶지 운동은 하기 싫은 게으른 중년이 되어가고 있다.


얼마 전 우연히 간 수영장

50미터 가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이었나 

간신히 돌고 나오며 생각했다.

이제 더 이상 수영인도 운동인도 아니다. 

게으름이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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