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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화산 같은 눈

마무리

by 송주

세 번의 유리체 출혈 후 망막은 활동을 멈추고 잠잠해졌다.

마치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산이 잠시 쉬고 있는 것 같다.


얼마 전 유턴 시 우측면 충돌로 인한 교통사고가 있었다. 자동차 두대가 T자로 뽀뽀를 했다.

이 사고 후 원인 모를 좌측 안통이 찾아왔다. 왼쪽이었다.

망막과 안구 통증은 별 관계가 없다. 처음 망막 박리를 진단받을 당시 역시 어떤 통증도 없었다. 그런데 사고의 충격으로 몸 여기저기가 아픈 것처럼 눈도 그런 건지 욱신 거리는 안통에 안과를 방문했다.


좌측 망막에 타박상(부종)이 생겨 있었다. 멍과 부기는 빠지면 된다고 하였다. 다행이라 생각하며 이주 뒤 정기 검진 때 뵙겠다고 일어서는 순간 의사 선생님이 꼭 한 주 뒤에 경과를 보러 와야 한다고 했다.

부기가 빠지면서 망막 박리가 생기는 경우가 있다며 꼭 한 주 뒤에 다시 오라고 했다.

이건 망막이 안 좋은 내게만 해당되는 경우는 아닌 듯했다. 부기가 빠지면서 당연히 어떤 조직이든 부피가 줄어드니 박리 역시 가능한 후유증인 듯싶다.

외부 충격 또는 외상은 평소 망막이 건강한 사람도 박리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실제로 교통사고로 인한 외상으로 망막 박리 되는 일도 있다.


원인 모를 안통은 다행히 사라졌고

일주일 후 안과에서 다시 다양한 검사가 이어졌다.

붓기는 가라앉았고 망막도 무사했다.

언제나 외부 충격은 조심해야 합니다.

라는 말과 함께 진료실을 나왔다.


2019년 망막 박리를 진단받은 이듬해 5월

어김없이 봄이 왔고 꽃이 피었다.

그 오월의 예쁜 햇살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가 새어 나왔다.


눈부신 계절로 한 철 호강에 겹다.

화려한 색들을 눈두덩이에 바르던 시절을 지나니 바람만 불어도 눈물샘이 자동으로 열리는 시절을 맞게 되었다.

젊을 때는 늙음을 생각하지 못하듯

건강할 때는 아픈 것을 생각하지 않는다.

나 역시 망막에 문제가 생긴다는 건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일이었다.


마지막 연재를 어떻게 마무리해야 할지 고민하던 중 차 사고로 소재 거리가 생겼다. 사람 일은 이렇게 알 수가 없다.

망막이 이대로 현상 유지 해 주기를 바라면서도 나는 아직 때때로 두렵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간병 보험에도 가입했다.

보험이 부적처럼 나쁜 운을 막아 쓸 일이 없길 바라본다.



늘 함께 해 주시는 글벗님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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