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법이 있다.
망막박리 진단을 받고
나는 수십 개의 궁금한 점을 의사에게 물어봤었다.
이 생소한 병명에 불안한 마음이 더해져 같은 질문을 뉘앙스만 달리해 묻기도 했다.
그중 하나의 질문은
망막이 당겨지는 건 언제쯤 멈추나요? 였다.
의사의 대답은 유리체가 없어지면 멈춥니다.
유리체는 전에 언급했던 것처럼 눈 안을 메우고 있는 젤리 형태의 액체이다. 나이가 들면서 유리체는 젤리 형태에서 물의 형태에 가깝게 변한다.
그러면서 망막을 당기게 되고 그 원인으로 망막에 구멍이 나거나 박리가 생기기도 한다.
아무래도 탄력 충만한 젤리보다는 출렁거리는 물이 망막을 더 많이 흔들 것임은 자명하다.
근시가 심한 사람은 안구의 길이가 길다 보니 당겨지는 힘이 더 강하게 작용한다. 그 말은 시력이 나쁜 사람일수록 더 망막 질환을 조심해야 한다는 뜻이다. (라식 수술로 시력을 교정한다 해도 안구축은 줄지 않습니다.)
망막 박리로 인한 잦은 유리체 출혈로 병원을 수시로 드나들게 되니 의사 선생님도 걱정이 되는 눈치였다.
이렇게 자주 유리체 출혈이 발생하는 경우는 당연히 드물었다.
하지만 방법이 있다고 나를 진정시키기 시작했다.
의사 선생님은 그 사이 나라는 사람을 꿰뚫어 본 것이 틀림없다.
플라세보 치트키라도 써야겠다 느끼셨는지 치료할 길이 있다고 웃음끼를 보이며 말하였다.
눈이 이 지경까지 오니 무슨 방법이든 해결책이 있다는 그 말에 위안 삼지 않으면 안 되었다.
실제로 방법이 있다고 하니 그냥 마음이 편해지기도 했다.
그래 방법이 있는 병이다. 치료법이 있는 병이다.
"수술로 유리체를 다 제거하면 됩니다. 그럼 비문증도 없어지고 시야도 맑아집니다. 그런데..."
의사가 말한 치료 방법은 수술이었다.
망막 박리 수술과 같은 방법으로
유리체를 제거하고 그 자리에 공기나 오일을 채워 넣고 안구는 보전하고 망막을 붙이는 방법이다.
잦은 출혈 역시 떨어진 망막이 출렁이며 움직이다 혈관을 건드리기에 생기는 일이다. 이 역시 유리체를 제거하고 그 자리에 공기를 채워 망막을 안구 벽에 붙여 주면 되는 원리이다.
하지만 이 수술은 회복 기간도 길고 회복 기간 동안 엎드려 있어야 하는 힘든 과정을 감수해야 하는 수술이다. 물론 망막이 떨어진 곳이야 레이저로 잘 가두리가 되어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지만 수술을 하게 된다면 그 후가 문제였다.
한창 일할 나이
수술 후 오랫동안 휴가를 내는 건 힘들 것이다.
또 엎드려 있는 동안 집안일 역시 할 수 없을 것이다.
망막이 제대로 펴지며 자리 잡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그로 인해 시력 회복도 더딜 것이다. 그렇다 해도 수술 전 시력으로 복귀된다면이야..
하지만 의사 선생님이 선뜻 수술 이야기를 꺼내지 못하는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그 이유는 망막 수술 후 거의 필연적으로 백내장이 동반되기 때문이다.
유리체 제거 수술 시 기계적 자극이 수정체의 변화를 유발하여 백내장 형성을 촉진할 수 있다.
백내장이야 노년에 겪는 흔한 질병이지만 그 백내장이 근 시일 내 생길 수 있는 게 문제다.
그래서 유리체 절제술을 하면서 백내장 수술을 같이 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유리체 절제술로 맑은 시야와 망막을 회복한다 해도 백내장 수술을 하기에는 나이가 아직..
의사 선생님 역시 이 부분을 문제 삼았다.
"백내장 수술을 하기에는 아직 나이가.. 그냥 좀 불편해도 버틸 수 있을 만큼 버티는 게 좋겠어요."
여부가 있을까? 수술만 피할 수 있다면 버티는 거야 얼마든지 알 수 있다. 비문증도 적응이 되니 아무것도 아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