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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혹에 하는 개육아 1
09화
바람이 문제다 난 죄가 없다
한 시간 못 채우고 집으로 돌아온 견주
by
송주
Dec 17.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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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못된 날씨였다.
남편은 오늘 같은 날 산책을 나갔다가 추위에 입이 돌아갈 수도 있다는 의미 심장한 경고를 날렸다.
하지만 어제 시바견 토리엄마의 고구마를 삶아오겠다는 단톡방 메시지에 난 내복을 준비해야겠어요 라며 간접적으로 가겠다는 뜻을 전했다.
난 추위에 몹시 취약한 인간이다. 11월부터 내복으로 시작해 4월 초까지 실내에서 패딩 입을 정도다. 지구 온난화 시대를 지나 열대화 시대로 진입한 이 순간 나 같은 사람이 진정 신인류가 아닐까 싶다.
그나마 사는 곳이 한반도 남쪽이라 추울 땐
집콕하며
뉴스에서 나오는 꽁꽁 언 한강 모습을 남의 나라 이야기인 양 보기만 하면 됐는데 책임져야 할 작은 식구가 하나 생기면서 춥다고
집콕할
수 없는 신세가 되었다.
나는 구청에서 오는 한파에 대한 안전 문자들을 살포시 무시하고 산책 준비를 시작했다.
산책 가요~~
개가 견딜 수 있는 추위 온도는 -7도..
크림이는 괜찮을 것 같고 나만 견디면 된다.
현재 기온 - 5도 , 애견 운동장은 음지라 1, 2도 더 낮을 것이라는 과학적 계산하에 주섬주섬 옷을 껴 입기 시작했다. 위아래로 두 겹 씩 총 3겹의 옷을 껴입고 후드 모자에 목도리까지 두른 뒤 핫팩을 챙겼다.
지하 주차장에서 차로 이동하며 느끼지 못한 추위를 차 내부 온도계의 온도가 대신 말해 주고 있었다.
이러다 애견 운동장 도착 후 내리자마자 다시 차를 몰고 오는 일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물그릇의 물이 얼어있었다.
애견 운동장에는 이미 추위에 코가 빨개진 견주들과 마냥 신나는 개들이 뛰어놀고 있었다. 반가운 인사를 하며 나도 크림이를 잔디 바닥에 내려놓았다.
의외로 춥지 않았다. 두 겹이나 껴입고 내복이 그 역할을 제대로 해내고 있는
모양이다라고
생각한 순간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사람이든 날씨든 바람은 문제다.
바람이란 게 사람 마음을 동하게 하는 요상한 힘이 있다.
봄바람에 처녀 가슴은 설레겠지만
춤바람에 집안 꼴이 엉망이고
치맛바람에 선생님은 힘들고
칼바람에 구조조정으로 막막하고
배우자의 바람에 법원으로 가게 되고
겨울바람에 견주는 간절히 집으로 가고 싶어졌다.
추위에 몸을 피하려 사람들과 함께 애견운동장 내 대형견 운동장과 소형견 운동장 사이 컨테이너 휴게실에 잠시 들어갔다. 주인이 그곳으로 들어가니 엄마 바라기 개들이 우르르 따라 들어왔고 컨테이너 안은 개와 사람으로 잠시 붐비게 되었다.
컨테이너에서 나온 모두가 뺨을 때리는 매서운 바람에 약속이나 한 듯 집으로 돌아갈 채비를 하였고 나와 크림이도 그 틈에 껴서 한 시간을 못 채우고 따뜻한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아침부터 추위에 힘들었던 비루한 몸뚱이의 소유자인 나는 세 시간의 낮잠 후 해가 질 무렵 일어나게 되었고 엄마 바라기 착한 크림이도 곁에서 자다 내가 움직이기 시작하니 일어나 얼굴을 핥기 시작했다.
크림아 이제 저녁 먹자 ~~~
크림이의 낮잠 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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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
바람
산책
Brunch Book
불혹에 하는 개육아 1
07
개 **에 대한 짧은 소견
08
오늘 산책은 애견 운동장이다
09
바람이 문제다 난 죄가 없다
10
그저 그렇게 있다
11
개는 솔직하다.
불혹에 하는 개육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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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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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며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쓰다 보면 길이 생길 것을 믿습니다. 세상 모든 개를 사랑하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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